누군가를 마주할 때 상대의 얼굴이 악마처럼 보인다면 얼마나 괴로울까. 얼굴변형시증(PMO : prosopometamorphopsia)이라는 희귀 증상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겪는 현실이다.
PMO는 사람의 얼굴을 원래의 모습이 아닌 왜곡된 모습으로 인식하는 장애다.
23일 의학 저널 랜싯(Lancet)에 따르면 미국 다트머스대 브래드 듀체인 교수 연구팀은 PMO가 있는 58세 남성에게 보이는 사람의 얼굴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시각화했다. PMO장애 개인이 경험하는 얼굴 왜곡을 사실적으로 시각화한 최초의 연구다.
얼굴변형시증(prosopometamorphopsia)의 ‘프로소포’(prosopo)는 얼굴을 뜻하는 그리스어 ‘프로소폰’(prosopon)에서 유래했다. ‘메타모르포시아’(metamorphosia)는 물체의 형태가 찌그러져 보이는 시각장애를 뜻한다.
PMO의 구체적인 증상은 사례마다 다르지만, 연구팀은 연구 대상자의 몇가지 특이한 측면을 통해 왜곡을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 대상자는 화면이나 종이에 있는 얼굴을 볼 때는 왜곡 없이 정상적으로 봤다. 하지만 직접 볼 때는 사람 얼굴이 “악마처럼” 일그러져 보인다고 호소했다. 집이나 자동차 같은 물체를 볼 때는 왜곡 없이 보인다고 했다.
이에 연구팀은 남성과 여성 사진(컴퓨터화면) 옆에 실제 인물을 배치하고, PMO증상자의 눈에 어떻게 달라 보이는지 실시간 피드백을 받았다. 동시에 컴퓨터로 사진을 계속 수정해 가면서 화면 속 얼굴과 실제 얼굴이 같아 보일 때까지 이미지를 변경했다.
그 결과 사람 얼굴이 영화 배트맨에 등장하는 악당 ‘조커’처럼 눈과 입이 귀까지 길게 뻗어 있는 이미지가 도출됐다. 이마와 볼 주름도 실제보다 훨씬 깊었다.
연구팀은 몇 년 전 관련 웹사이트를 개설해 70명이 넘는 PMO 증상자 경험담을 수집했다.
연구팀은 PMO가 신경학적 문제라기보다는 조현병과 같은 정신과적 문제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며 “증상을 경험했다는 사람들 중 다수는 향정신성 약을 먹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정신장애로 생각할 것을 두려워해 알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PMO 메커니즘을 더 잘 이해하면 증상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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