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찾아오면서 잦은 코피로 고생하는 이가 많다. 코피는 대개 감기, 알레르기로 인해 코를 자주 풀거나, 코가 꽉 말라 건조한 상태에서 가려워 콧속을 긁거나, 재채기를 크게 하거나, 코딱지를 무리하게 파내려다가 흘리게 된다. 비염은 코피를 유발하는 가장 큰 적이다. 비염이 생기면 콧속 혈관은 압력이 높아져 부풀어 오르게 되는데, 그 상태에선 조그마한 자극이 가해져도 모세혈관이 터져 코피가 나온다. 특히 봄철에는 바람이 많이 부는 건조한 날이 계속되고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이 대기에 많이 떠다녀 알레르기 비염이 심해진다.
잦은 코피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려면 당장 콧속에 생긴 비염부터 치료해야 한다. 알레르기를 다스린다는 명목으로 항히스타민제에 의존해선 안 된다. 항히스타민제를 자주 쓰면 코점막은 더 건조해지고 미세혈관은 자극에 더욱 약해진다. 평소 가습을 자주 하고 콧속에 마른 느낌이 들면 바셀린을 발라 주는 게 도움이 된다.
승정원일기에는 조선 임금들이 감기 때문에 코피를 흘린 사례가 기록돼 있다. 효종은 즉위 초부터 시작된 당뇨(소갈증) 때문에 감기를 유난히 많이 앓았다. 즉위 1년 2월 기록을 보면 “(효종의) 코가 건조해지면서 후두통과 함께 코피가 나왔다. 어의 유후성은 ‘(효종이) 제사를 모시느라 무리하고 감기의 후유증으로 코피가 났다’고 했다”고 나와 있다. 현종 재위 14년에도 “감기가 오래 지속되면서 허열(虛熱)이 머리로 올라와 코를 건조하게 만들었고 코피가 났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19대 왕 숙종도 잦은 코피로 고생했지만 원인은 감기나 비염이 아니었다. 승정원일기에는 “(숙종은) 화를 참지 못하는 급한 성격과 간염의 후유증으로 기가 머리 위로 쏠리는 상기 증상이 잦아 코피를 심하게 쏟았다. 용포를 적실 정도로 출혈이 심해지자 (어의들은 임금에게) 7세 이하 남아의 소변인 동변(童便)의 음복을 권했다”라고 쓰고 있다. 동변은 열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뛰어나 조선시대 최후의 해열 약재로 쓰이기도 했다.
질병은 아니지만 젊은 남자가 자주 코피를 흘려 걱정할 때가 있다. 신혼 초 ‘허니문 코피’가 그것이다. 코는 신체 온도 조절의 최첨병 기관으로, 콧속 혈관은 0.25초 만에 외부에서 들어온 공기를 36.5도로 조절해 폐로 보내야 한다. 특히 비중격의 연골 근처에는 많은 동맥이 모여 온도를 조절하는 ‘키셀바흐’라는 부위가 있는데, 코피는 대부분 이곳에서 나는 경우가 많다.
‘어린아이의 배는 부드럽고 노인의 배는 딱딱하다’는 말이 있다. 한의학에서 신축성은 원기(元氣)가 만드는 힘이다. 임독맥(몸의 앞뒤 정중앙을 흐르는 경락) 중 독맥이 남성의 성기와 코를 연결하는데 부부관계 시 남성의 성기와 콧속 혈관이 팽창하거나, 과로하여 허열(虛熱)이 생기면 코피가 터진다. 허니문 코피는 그 자체로 위험하진 않지만 동맥경화증과 고혈압으로 인한 출혈은 생명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
연뿌리(연근)는 뿌리로 물을 끌어올려 무성한 잎을 싱싱하게 살려 준다. 연못 물이 마르면 그 가지와 잎은 비록 말라 스러져도 수분을 간직한 연뿌리는 잘 죽지 않는다. 연뿌리의 이런 수분 보존 속성은 건조한 비염으로 인한 코피의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코피에 연근즙을 먹는 속설 또한 여기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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