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면 늙는다’는 산모들의 푸념은 사실이었다.
임신이 여성의 생물학적 노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교 메일맨공중보건대 과학자들은 임신이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과학저널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진은 필리핀에서 청년 1735명(여성 825명, 남성 910명)의 생식 이력과 DNA 샘플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조사했다.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하는 유전적 도구인 ‘후성유전학적 시계’를 활용해 실험 참가자들의 생물학적 나이를 계산했다.
그 결과 여성의 임신은 2~3개월의 생물학적 노화와 관련이 있으며, 6년의 추적 관찰 기간동안 임신 횟수가 더 많은 여성은 그 기간 동안 생물학적 노화가 더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사회경제적 지위, 흡연, 유전적 변이 및 참가자의 주변 환경을 고려한 후에도 임신과 생물학적 노화 사이의 관계가 유효함을 밝혀냈다.
반면 동일한 건강 조사에서 같은 연령대의 남성들은 생물학적 노화 증가와 임신 횟수 사이의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연구 논문의 수석 저자인 캘런 라이언 컬럼비아대 노화센터 연구원은 “연구 결과는 임신이 생물학적 노화를 가속화하며, 이러한 영향은 젊고 가임력이 높은 여성에게 분명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고된 임신 사례 대부분이 여성이 아직 성장 중인 청소년기 후반에 이뤄졌다”며 “의료서비스를 포함해 여러 지원이 부족할 경우 성장 중인 산모에겐 특히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는 노화 과정에서 임신의 역할과 생식의 다른 측면들에 대해 아직도 알아야 할 것이 많다”며 “특정 개인의 후성유전적 노화 가속화가 수십 년 후 건강 악화나 사망률 증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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