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소식]“취약성 동맥경화의 파열 위험, 안전한 스텐트 시술로 예방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1일 03시 00분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연구팀 추적 관찰
약물치료 때보다 관상동맥 중재 시술받으면
2년 후 사망 등 임상위험 8분의 1가량 낮아
세계 최초 연구 결과 ‘란셋’ 저널 등에 게재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석좌교수, 박덕우·안정민·강도윤 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석좌교수, 박덕우·안정민·강도윤 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파열 위험이 큰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에게 예방적으로 스텐트 치료를 하는 것이 약물치료에 비해 효과적이라는 대규모 임상 연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의 약물치료와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 시술 간의 주요 임상 사건 발생률을 비교한 전 세계 첫 번째 연구인 만큼 세계 심장 의학 전문가들에게 주목받았다.

심장 혈관 내부에 지방이나 염증 등 이물질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는 동맥경화는 심한 경우 갑자기 파열돼 심근경색이나 급사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파열 위험이 큰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의 기본적인 치료는 항혈전제·고지혈증 치료제와 같은 약물치료가 유일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파열로 인한 심근경색의 발생을 막기는 쉽지 않았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석좌교수, 박덕우·안정민·강도윤 교수팀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 일본, 대만, 뉴질랜드 등 4개국 15개 기관에서 파열 위험이 큰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 1606명을 대상으로 약물치료를 시행한 집단 803명과 약물치료에 더해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 시술을 함께 받은 집단 803명으로 나눠 치료 결과를 비교 분석했다. 최대 7.9년간 비교 분석한 결과다. 연구 결과 2년 내 사망·심근경색을 포함한 주요 임상 사건 발생 위험이 약물치료 집단에 비해 스텐트 치료를 함께 받은 집단에서 약 8.5배 더 낮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심장학회(ACC 2024)의 최신 임상 연구 세션에서 전 세계 심장의학 전문가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현장 발표됐다. 또한 의학과학기술 분야 학술지 중 피인용지수가 가장 높은 세계적인 저널 ‘란셋’에 같은 날 게재됐다. 그동안 취약성 동맥경화는 파열 가능성이 있어도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이 발생하기 전에는 혈관 벽에 노폐물이 쌓이는 속도를 늦추는 약물치료가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고위험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를 신중하게 선별해 적극적인 스텐트 시술을 시행하면 장기적인 치료 성적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동맥경화의 한 종류인 취약성 동맥경화는 혈관 막의 두께가 얇고 염증이나 지질 성분도 쉽게 쌓여 갑작스러운 파열 위험이 크다. 이러한 취약성 동맥경화 부위가 파열되면 혈관 내 핏덩이가 생겨 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갑자기 막히는 급성심근경색이나 돌연사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취약성 동맥경화는 심각해질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관상동맥 조영술이나 초음파, 심전도 등 기본적인 검사로 발견되기 어렵다. 기본적인 검사에서 고위험군으로 추정되는 경우에 다양한 혈관 내 영상 장비를 이용한 정밀검사를 시행해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를 선별한다.

관상동맥 중재 시술은 취약성 동맥경화 위치에 스텐트를 삽입해 혈액이 자유롭게 흐를 수 있도록 혈관을 넓히는 시술이다. 통상적으로 관상동맥 중재 시술은 혈류 장애가 심한 중증의 관상동맥 협착에서 시행되지만 이번 연구는 중증의 혈류 장애가 없는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들을 대상으로 예방적 스텐트 시술을 시행했다.

치료 결과는 심장 원인에 의한 사망, 급성심근경색, 재시술, 불안정형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 등 주요 임상 사건 발생률을 평가했다.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 시술을 받은 환자군의 2년 후 주요 임상 사건 발생률은 0.4%로 약물로만 치료받은 환자군의 주요 임상 사건 발생률 3.4%에 비해 발생 위험이 약 8.5배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평균 4.4년(최대 7.9년)간 장기 추적 관찰한 결과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 시술 집단의 주요 임상 사건 발생률은 6.5%로 약물치료 집단의 주요 임상 사건 발생률 9.4%에 비해 발생 위험이 약 1.4배 더 낮았다.

박덕우 교수는 “‘취약성 동맥경화에 예방적으로 스텐트를 삽입해 파열을 방지하면 급성심근경색 및 급사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취지로 2014년 연구를 시작했는데 딱 10년 되는 해에 연구 결과를 발표하게 됐다”라며 “중증 심혈관질환의 치료 성적을 향상하고 의학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목표로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참여해준 의료진, 연구진, 그리고 환자의 노력이 모여 유의미한 결과가 나온 것 같아 뜻깊다”라고 말했다.

박승정 석좌교수는 “이번 연구는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의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 시술 효과를 분석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연구이자 약물치료와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 시술 간의 주요 임상 사건 발생률의 차이를 비교한 세계 첫 번째 연구”라며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에게 적극적인 예방 치료를 시행해 예후를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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