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탄생 ‘빅뱅’ 원리 설명 입자
1964년 예측… 2012년 공식 확인
물리학계 최대 성과중 하나로 꼽혀
‘신의 입자’라고 불리는 ‘힉스 입자(Higgs boson)’의 존재를 예측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던 세계적인 영국 이론 물리학자 피터 힉스 에든버러대 명예교수가 8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94세.
에든버러대는 이날 “힉스 교수는 짧은 투병 생활 끝에 자택에서 평화롭게 눈감았다”고 밝혔다. 고인의 이름을 딴 힉스 입자는 입자물리학의 핵심 중 하나인 ‘표준 모형’의 필수 요소다. 표준 모형이란 자연계의 기본 입자들이 중력을 제외한 상호작용을 통해 대칭을 이루고 있다는 이론이다. 이를 통해 빅뱅 등 우주 탄생 기원을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힉스 교수는 1964년 이 입자의 존재를 주장했지만 입자의 존재가 공식 확인된 것은 48년 뒤인 2012년이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빅뱅 머신’이라고 불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로 입자 충돌 실험을 하며 실체가 드러났다.
힉스 입자의 발견은 물리학계에서 수십 년 만에 가장 혁신적이었던 성과 중 하나로 평가된다. CERN이 이듬해 세미나에서 성공을 공식 발표하자, 당시 83세였던 힉스 교수는 눈물을 흘리며 “내 평생 기대하지 못했던 일”이라면서 “가족에게 냉장고에 샴페인을 넣어 달라고 부탁해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힉스 교수는 2013년 힉스 입자 존재를 예측한 공로로 벨기에의 프랑수아 앙글레르 브뤼셀 자유대 명예교수와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힉스 입자는 한국계 미국 물리학자 이휘소(벤저민 리) 박사가 쓰면서부터 널리 알려졌다. 다만 힉스 교수는 앙글레르 교수를 비롯해 비슷한 가설을 제시한 다른 물리학자들의 공로를 무시하고 자신이 영광을 독차지한 것 같아 불편하게 여겼다고 한다.
힉스 입자가 ‘신의 입자’란 별칭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계기도 흥미롭다. 198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미 물리학자 리언 레더먼이 1993년 펴낸 책 ‘신의 입자’에서 처음으로 사용됐다. 사실 레더먼은 힉스 입자가 발견이나 측정이 극도로 어렵다는 이유로 ‘빌어먹을(Goddamn) 입자’라고 불렀으나 출판사의 권유로 ‘신(God)의 입자’로 순화했다고 한다. 정작 무신론자였던 힉스는 이 별명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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