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종철 모친 정차순씨 별세
남편과 함께 민주화운동에 헌신
장남 “이젠 어머니 마음 편안하실것”
고(故) 박종철 열사의 어머니 정차순 씨가 17일 별세했다. 향년 91세. 1987년 1월 아들을 떠나보낸 지 37년 만이다. 정 씨의 장남이자 박 열사의 형인 박종부 씨(66)는 “보고 싶은 아들 곁으로 가셨으니…. 어머니가 이제는 마음 편안하실 것 같다”고 말하며 눈가가 촉촉해졌다.
박 열사는 서울대 언어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7년 1월 13일 학생운동조직 관련 수배자의 소재를 파악하던 경찰에 강제 연행돼 서울 용산구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고문받다가 14일 사망했다. 정 씨는 15일 이 소식을 듣고 병원에 달려갔다가 실신했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허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동아일보는 박 열사가 고문으로 숨졌고 경찰이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점을 특종 보도했다. 이 특종은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정 씨는 그 후로 투사가 됐다. 1987년 6월 검찰이 고문 경찰들에게 징역 10∼15년을 구형했을 땐 법정 분리대를 뛰어넘고 안으로 들어가 항의했고, 같은 해 12월 군부독재 종식 집회에서 연설했다. 이현주 박종철센터 센터장이 이날 빈소에서 공개한 ‘정차순 여사 어록’에 따르면 정 씨는 부산에서 열린 집회에서 “우리 철이는 빨갱이가 아니었다. 자랑스러운 내 아들”이라고 발언했다. 이후로도 남편 박정기 씨와 함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민가협)에 참가하는 등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다.
유가족에 따르면 정 씨는 박 열사의 생일마다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을 찾아 아들이 좋아했던 비빔밥을 차려 주었다고 한다. 정 씨는 1990년 박 열사의 3주기 추모제 땐 “철아, 좋아하는 튀김 많이 묵어라”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박 열사의 시신을 화장하는 벽제 화장터에서 “철아, 잘 가그레이. 아부지는 아무 할 말이 없데이”라는 통곡을 쏟아내 많은 이의 심금을 울렸던 박정기 씨는 2018년 7월 세상을 떠났다. 그 후 정 씨는 부산 자택에서 홀로 지내다 건강이 악화해 2019년 서울로 올라와 강동구의 한 요양병원에 머물렀고, 그곳에서 숨을 거뒀다.
빈소는 서울 강동성심병원에 마련됐다. 유족은 아들 박종부 씨와 딸 은숙 씨, 손자 병주 영주 씨, 며느리 서은석 씨가 있다. 발인은 19일 오전 8시. 02-470-1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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