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에 참전했다가 평생 몸에 포탄 파편이 박힌 채 살아왔던 미국 육군 출신 얼 마이어 씨(96·사진)가 70여 년 만에 ‘퍼플하트(Purple heart)’ 훈장을 받게 됐다. 퍼플하트는 미군이 전투에서 숨지거나 다친 장병에게 주는 훈장이다.
28일(현지 시간) 미군 기관지 성조지 등에 따르면 미군은 마이어 씨에게 퍼플하트를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마이어 씨가 1951년 6월 포화를 뚫고 진격하다가 왼쪽 허벅지에 박격포탄 파편이 박힌 지 73년 만이다.
마이어 씨는 파편이 다리 신경에 너무 가까이 박히는 바람에 평생 제거하지 못한 채 힘들게 살아왔다. 하지만 당시 의료 기록이 온전하게 남아있지 않아 전투 중에 다쳤다는 걸 증명할 수 없었다. 남은 거라곤 복무 중 맞았던 파상풍 주사 기록뿐이었다.
포기한 채 살았던 그는 2020년 딸들의 권유로 다시 훈장을 신청했으나 미 육군은 입증 자료가 부족하다며 거부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미 국방부와 육군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마이어 씨처럼 의료 기록이 부실해도 퍼플하트를 받은 전례들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미 육군은 “1951년 6월 한국에서 받은 상처”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마이어 씨를 퍼플하트 대상자로 선정했다.
마이어 씨는 “73년은 정말 오랜 세월이었다”며 “그들이 정말로 훈장을 줄지 몰랐다”고 소감을 전했다. 마이어 씨 측 앨런 앤더슨 변호사는 “참전용사에게 훈장은 단순히 감사 인사를 전하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전쟁에서 그들이 한 모든 희생을 우리가 함께 기억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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