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6·25영웅 퍼킷 대령 추모행사
육군 특수부대 중대장으로 참전
韓-美서 모두 최고 무공훈장 받아
의회 대표-軍수뇌부 등 한마음 예우
“랠프 퍼킷 주니어 대령의 모토는 ‘그곳을 지키라(Be there)’였습니다. 1950년 11월 추웠던 그날도 고인은 조국을 위해 부하들과 함께 한국 땅, 그곳을 지켰습니다.”(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
4월 29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 의사당 2층 로툰다홀. 야당 공화당 소속 존슨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집권 민주당 소속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와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함께 모였다. 이들은 4월 8일 세상을 떠난 6·25전쟁 참전용사 퍼킷 예비역 대령의 유해가 의장대와 로툰다홀로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미 상·하원 지도부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두 손을 모은 채 진심 어린 예우를 다했다.
이날 행사는 미국에서도 특별하고 이례적이다. 로툰다홀은 전현직 대통령 등 나라에 큰 공을 세운 인물을 조문하는 장소로 쓰인다.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으로 불린 6·25전쟁의 참전용사 조문이 이곳에서 거행된 건 처음이다.
행사가 시작되자 매코널 원내대표와 클로버샤 의원이 먼저 묵념을 올렸고, 존슨 의장과 제프리스 원내대표가 뒤따랐다. 각 당끼리가 아닌 민주당과 공화당이 짝을 이뤘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치열하게 겨루는 때지만 국가의 영웅을 모시는 자리에선 당적을 따지지 않았다.
앞선 12일에도 양당은 퍼킷 대령의 유해를 의사당에 안치하는 결의안을 초당적으로 발의해 통과시켰다. 의원들은 결의안에서 “미 최고 등급 무공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받은 6·25전쟁의 마지막 생존 용사를 기리기 위해”라고 발의 목적을 밝혔다.
존슨 의장은 추모사에서 “몇 달 뒤 큰아들 잭이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한다”며 “부디 잭과 그의 전우들이 고인의 용기와 명예를 배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도 “그의 용기와 자기희생은 모든 군인에게 영원한 유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엔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주요 인사들이 헌화를 마친 뒤엔 육군 군악대 ‘퍼싱스 온’의 에스더 강 하사가 찬송가 ‘저 장미꽃 위에 이슬(In the Garden)’을 부르며 넋을 기렸다. 강 하사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이날 오전엔 워싱턴 한국전참전용사기념비에서도 한국전참전기념비재단 주최로 퍼킷 대령 추모 행사가 열렸다. 결의안을 주도했던 공화당 조니 언스트 상원의원과 민주당 샌퍼드 비숍 하원의원 등이 참석했다.
1926년 태어난 퍼킷 대령은 1948년 소위로 임관해 6·25전쟁에서 미 육군 특수부대인 레인저부대 중대장으로 활약했다. 1950년 11월 25일 청천강 일대 205고지 전투에서 솔선수범해 적을 물리쳤으며, 심각한 부상을 당한 뒤 자신을 버릴 것을 지시했지만 부하들이 명령을 거부하고 구해냈다. 퍼킷 대령은 2021년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명예훈장을 받았다. 지난해 4월에는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최고 무공훈장인 태극무공훈장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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