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청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기가 유전자 치료를 통해 청력이 회복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9일(현지시간) 영국의 일간 더타임즈와 dpa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셔에 사는 생후 18개월 아이 오팔 샌디는 아무것도 들을 수 없는 선천적 청각장애가 있었다.
하지만 오팔은 유전자 요법으로 유전성 난청을 치료하는 임상시험에 참여했고 지금은 거의 정상 청력을 되찾았다고 한다. 유전자 치료로 청력을 되찾은 사례는 오팔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팔은 소리를 뇌로 전달하는 신경 자극이 방해받는 ‘청각 신경병증’이란 질환으로 인해 청각 질환을 겪고 있었다. 해당 질환은 귀의 세포가 청각 신경과 소통할 수 있게 단백질을 생성하는 OTOF 유전자의 결함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
오팔은 공공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케임브리지대학병원 NHS재단신탁이 주도하는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해당 임상시험은 최신 유전자 치료법을 이용해 귀의 제 기능을 탑재한 유전자 복사본을 귀의 세포로 보내 결함 세포를 대체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오팔은 영국과 스페인, 미국에서 최대 18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실시될 예정인 이번 임상시험에서 첫 번째 환자였다.
지난해 9월 오팔은 수술을 통해 오른쪽 귀에 미국 생명공학회사 리제네론이 만든 유전자 복사본이 주입됐다.
이후 오팔은 수술 3주 만에 처음으로 큰 소리에 반응했다. 오팔의 엄마인 조 샌디(33)는 “아기가 (큰 소리에) 처음 고개를 돌렸을 때 믿을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그는 남편에게 문자 메시지로 “너무 놀랐다. 우연인 줄 알았다. 정말 믿을 수 없다”라고 전했다.
수술 24주가 지난 2월 검사에서 오팔의 청력은 속삭이는 소리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다고 한다. 오팔은 지난 6주 사이에 말도 하기 시작했다.
해당 임상시험의 수석조사관 마노하르 밴스 박사는 이같은 결과를 “극적이다”라고 평가하면서 “(치료는) 일회성 요법으로, (오팔이) 치료를 받고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임상시험은 유전자 치료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OTOF 유전자 변이로 인한 청각 신경병증은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 약 2만 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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