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가 정력에 안 좋다고? 이렇게 먹으면 괜찮습니다[정세연 음식처방]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2일 23시 15분




정세연 ‘식치합시다 한의원’ 원장
정세연 ‘식치합시다 한의원’ 원장
고사리는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영양성분이 풍부하다. 산불이 난 뒤 땅에서 영양분을 뽑아 올려 제일 먼저 자라나는 식물이 고사리다.

이런 고사리에 대한 나쁜 소문 2가지가 있는데 먼저 첫째, 정력에 안 좋다는 설이다. ‘동의보감’에서는 ‘고사리를 많이 먹으면 양기가 줄면서 다리가 약해져 걷지 못하게 된다’고 나오고, ‘식료본초’에도 ‘다리 힘을 약화시켜 보행 곤란을 일으키고 양기를 빼앗아 음경이 오그라들게 한다’고 적혀 있다.


생고사리를 먹으면 다리 힘이 약해지는 건 맞다. 생고사리에는 비타민B₁인 티아민을 분해하는 티아미나아제라는 효소가 있어서 비타민B₁ 결핍을 일으킬 수 있고, 이로 인해 다리 힘이 약해지고 보행이 어려워지는 각기병이 유발될 수 있다. 티아민이 부족해 활력이 떨어지고 심혈관과 신경계에 이상이 초래된다면 정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성 기능 저하에 관한 직접적인 연구 결과는 없다.

둘째, 고사리를 먹으면 암에 걸린다는 속설이다. ‘동의보감’에 ‘고사리를 많이 먹으면 배가 불러온다’고 하고, ‘천금요방’에서는 ‘오래 먹으면 가가 많이 생긴다’고 하였는데 ‘가’는 종양을 뜻한다. 최근 한 연구에서 쥐를 대상으로 52주간 생고사리를 먹인 결과 고사리를 먹인 그룹에서 살아남은 쥐는 모두 다발성 장 종양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사리 속 프타퀼로사이드라는 독성 물질이 주요 원인일 수 있다. 프타퀼로사이드는 국제암연구소 발암물질 분류 기준에서 2B군(발암 가능 물질)에 속하는 물질이다. 다행히 이 성분은 물에 잘 녹고 열에 약하다. 특히 알칼리에 약한 화합물이라 소금물에 삶으면 독성을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여기까지 듣고도 고사리를 먹지 않으려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사리는 영양분이 풍부한 나물이다. 단백질이 제법 많이 함유돼 있고 아스파라긴산, 글루탐산, 플라보노이드의 일종인 아스트라갈린 등의 성분이 다량으로 들어 있어 독소를 배출시키고, 혈액과 뼈를 좋은 것으로 채우는 효능이 있다. 한의학적으로는 고사리는 성질이 차고, 담음(痰飮)이라는 독소를 청소하는 식치 효능이 있어서 목에 가래가 잘 끼거나 위산 역류로 가슴이 타는 듯한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 좋다. 소변을 시원하게 보는 데도 도움을 준다.

먹는 방법만 주의하자. 절대 날것으로 먹지 않는다. 올바른 고사리 손질법을 소개한다.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10분간 삶고 △불을 끄고 삶은 물은 버린 뒤 △깨끗한 물이 나올 때까지 4번가량 씻고 △12시간 이상 물에 푹 담그고 중간중간 물을 갈아주면 된다. 광주보건환경연구원에서 생고사리를 10분간 데친 뒤 독성 물질의 잔류량을 측정한 결과, 5분 가열했을 때는 1kg당 32.4mg으로 생고사리에 비해 약 60%, 10분 가열하면 27.2mg으로 약 66.4%가 제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고사리 손질법도 소개한다. △찬물에 1∼2시간 불린 뒤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20분 정도 삶은 다음 △불을 끄고 뚜껑을 닫은 채로 1시간 정도 뜸을 들이고 △찬물에 4번가량 헹군다 △그 다음 다시 12시간 불리면서 물을 4번 이상 갈아주면 좋다.

정세연 한의학 박사는 음식으로 치료하는 ‘식치합시다 정세연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유튜브 ‘정라레 채널’을 통해 각종 음식의 효능을 소개하고 있다. 5월 기준 채널 구독자 수는 약 99만 명이다.

※정세연 원장의 ‘나물, 육개장 먹기 전 필수 시청! 고사리 독 완벽 제거하는 고사리 삶는 법’ (https://youtu.be/eKb5oUtcCiE?si=rlDIPn4r8oi4AiKG)



#고사리#정력#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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