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에 실린 하버드대 필그림 헬스케어 연구소(Harvard Pilgrim Health Care Institute)연구진의 연구결과는 성적 취향이 사망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광범위하게 연구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미국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간호사 건강 연구 II’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1989년 여성의 주요 만성질환 위험요인에 관한 일련의 조사의 일환으로 시작한 이 연구에 참여한 간호사는 1945년에서 1964년 사이에 태어난 10만 여명이었다.
이들은 1995년 설문에서 자신의 성적지향을 밝혔다. 8만9821명(98.9%)이 자신을 이성애자로 분류했으며 694명(0.8%)이 레즈비언, 318명(0.4%)이 양성애자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2022년 4월까지 이들을 추적 관찰했다.
분석 결과, 레즈비언 또는 양성애자라고 밝힌 여성 간호사들은 이성애자라고 밝힌 여성 간호사들과 비교했을 때 조기 사망 비율이 26% 더 높았다. 레즈비언 여성은 20%, 양성애자 여성은 37% 더 빨리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의 장점 중 하나는 양성애자와 레즈비언 참가자를 분리할 수 있었다는 점인데, 이는 충분한 인원을 확보하고 충분히 오랫동안 추적하여 실제로 이러한 위험을 별도로 살펴볼 수 있었기 때문에 다른 연구에서는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논문의 주 저자이자 하버드 의과대학 박사 후 연구원인 사라 맥케타가 11일(현지시각) NBC뉴스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성적소수자 여성의 부정적인 건강 결과에 관한 기존 연구를 고려할 때 어느 정도 차이를 예상했지만 조기 사망률에서 이렇게 두드러진 차이를 보일 줄은 예상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조기 사망률이 더 높은 이유는 여러 형태의 차별에 노출된 점을 꼽았다. 그로 인해 술 담배 약물 사용 확률이 높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더 많이 받아 건강 악화로 연결됐다.
연구자들은 레즈비언 혹은 양성애자인 여성 참가자들의 흡연과 알코올에 의한 유병률이 두 배 높고, 유방암, 심혈관 질환, 우울증 위험이 더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맥케타 박사는 특히 양성애자들의 건강관리 위험이 훨씬 두드러진다며 그들은 성적정체성에 따른 이중압력을 받으며, 퀴어 커뮤니티 내외에서 차별을 경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연구에서 제가 걱정했던 것 중 하나는 ‘동성애자가 되면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결론을 얻는 것 이었다”며 “동성애자라서 죽는 게 아니다. 차별을 받으면 죽는다. 이것이 바로 세상을 살아가려는 레즈비언, 양성애자 여성들의 생생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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