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선생님 덕분에 아버지 장례 잘 치렀어요”…8개월만에 돌아온 외국인 노동자

  • 동아닷컴
  • 입력 2024년 5월 20일 15시 38분


아산 현대병원 박현서 원장이 돌려받은 100만원과 필리핀 외국인 노동자의 감사편지. 현대병원 박현서 원장 페이스북
아산 현대병원 박현서 원장이 돌려받은 100만원과 필리핀 외국인 노동자의 감사편지. 현대병원 박현서 원장 페이스북

한 의사가 필리핀 이주노동자에게 부친 장례에 참석할 수 있는 비용을 제공하고 8개월 만에 돌려받은 사연이 전해졌다.

충남 아산에 있는 현대병원 박현서 원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해 9월 급성 갑상샘 기능 항진 발작증으로 일주일간 입원한 필리핀 이주노동자 A 씨의 이야기를 적었다.

A 씨는 퇴원을 하루 앞두고 부친의 교통사고 사망 소식을 접했지만 필리핀으로 돌아갈 비용이 없어 막막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본국에서 암 투병을 하고 있는 A 씨의 모친을 돌보고 있었고, 동생들은 나이가 어려 A 씨가 송금한 돈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했던 것이다.

필리핀으로 돌아가 부친 장례를 치러야 했던 A 씨는 비행기표 살 돈이 없었고 병원 침대에서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박 원장은 사연을 듣고 아무 말 없이 100만 원을 A 씨 손에 쥐여줬다고 한다. 그는 “ 필리핀 가서 아버지 잘 모셔요, 내가 빌려주는 거야, 나중에 돈 벌어서 갚아요”라며 “절대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그 후 8개월이 지난 18일 병원을 다시 찾은 A 씨는 10000원권 지폐 100장이 든 봉투와 영문으로 쓴 편지를 내밀었다.

A 씨는 편지에서 “돈을 늦게 드려 죄송하다. 소중한 돈으로 아버지 장례를 잘 치렀다. 감사하다”고 적었다.

박 원장은 “A 씨가 잊지 않고 8개월 만에 돈을 갚으러 왔다는 걸 알고 울컥했고, 눈시울도 붉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국의 어려운 가족에 송금하면서 매달 한푼 한푼 모아서 이렇게 꼭 갚으려고 애를 쓴 걸 보니 더 눈물이 났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부분 순수하고 정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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