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의사가 필리핀 이주노동자에게 부친 장례에 참석할 수 있는 비용을 제공하고 8개월 만에 돌려받은 사연이 전해졌다.
충남 아산에 있는 현대병원 박현서 원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해 9월 급성 갑상샘 기능 항진 발작증으로 일주일간 입원한 필리핀 이주노동자 A 씨의 이야기를 적었다.
A 씨는 퇴원을 하루 앞두고 부친의 교통사고 사망 소식을 접했지만 필리핀으로 돌아갈 비용이 없어 막막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본국에서 암 투병을 하고 있는 A 씨의 모친을 돌보고 있었고, 동생들은 나이가 어려 A 씨가 송금한 돈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했던 것이다.
필리핀으로 돌아가 부친 장례를 치러야 했던 A 씨는 비행기표 살 돈이 없었고 병원 침대에서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박 원장은 사연을 듣고 아무 말 없이 100만 원을 A 씨 손에 쥐여줬다고 한다. 그는 “ 필리핀 가서 아버지 잘 모셔요, 내가 빌려주는 거야, 나중에 돈 벌어서 갚아요”라며 “절대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그 후 8개월이 지난 18일 병원을 다시 찾은 A 씨는 10000원권 지폐 100장이 든 봉투와 영문으로 쓴 편지를 내밀었다.
A 씨는 편지에서 “돈을 늦게 드려 죄송하다. 소중한 돈으로 아버지 장례를 잘 치렀다. 감사하다”고 적었다.
박 원장은 “A 씨가 잊지 않고 8개월 만에 돈을 갚으러 왔다는 걸 알고 울컥했고, 눈시울도 붉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국의 어려운 가족에 송금하면서 매달 한푼 한푼 모아서 이렇게 꼭 갚으려고 애를 쓴 걸 보니 더 눈물이 났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부분 순수하고 정직하다”고 덧붙였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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