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자외선 노출, 식욕 늘지만 체중은 줄어”

  • 뉴스1
  • 입력 2024년 5월 23일 10시 24분


서울대병원 정진호·이동훈 교수, 김은주 연구교수.(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정진호·이동훈 교수, 김은주 연구교수.(왼쪽부터)
지속적인 자외선 노출이 식욕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살찌는 것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를 활용하면 비만과 대사질환을 치료하는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피부과 정진호·이동훈 교수 연구팀은 만성 자외선 노출이 신경전달물질 노르에피네프린 발현을 촉진함으로써 식욕 증가, 체중 감소 등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기전을 최초로 확인했다.

자외선은 에너지를 합성하고 분해하는 신체 대사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팀의 이전 연구에 따르면 자외선 노출은 피하지방 함량 및 지방에서 합성되는 아디포카인 분비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자외선이 전신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메커니즘은 이제껏 명확히 규명된 바 없었다.

연구팀은 정상식이 및 고지방식이를 각각 먹인 생쥐를 12주 동안 주 3회 자외선에 지속적으로 노출시켰다.

그 결과 자외선 노출군은 피하지방에서 분비되는 ‘렙틴’(식욕억제 호르몬)의 발현이 감소했다. 또 식욕이 활성화되어 같은 식이를 먹인 대조군보다 음식 섭취량이 증가했다.

자외선 노출군 및 대조군 마우스 크기 비교(서울대병원 제공)
자외선 노출군 및 대조군 마우스 크기 비교(서울대병원 제공)

반면 늘어난 식욕에도 불구하고 자외선 노출군의 체중은 대조군보다 증가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자외선 노출군에서 백색지방의 ‘갈색화’가 일어나 음식 섭취량보다 에너지 소모량이 더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갈색화는 백색지방(에너지 축적)이 다른 종류의 분화된 세포로 전환돼 갈색지방(열 발생, 에너지 소모)처럼 열 발생인자를 갖게 되는 현상이다. 음식으로 얻은 에너지가 피하지방에 쌓이기 전 모두 열로 바뀌어 연소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추가 분석 결과 자외선 노출 시 식욕 증가와 에너지 소모를 촉진하는 매개물질은 위험하거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돼 교감신경계에 작용하는 호르몬인 ‘노르에피네프린’인 것으로 확인됐다.

자외선 노출군의 피부에서는 노르에피네프린 수치가 유의미하게 증가해 있었으며, 이 물질 합성을 차단한 생쥐는 그렇지 않은 생쥐보다 음식 섭취량이 줄어들고 체중이 증가했다.

연구팀은 “연구를 통해 자외선 노출이 피부에서 노르에피네프린 발현을 촉진하여 식욕, 체중 등 대사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자외선은 비만 및 대사질환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호 교수는 “자외선의 대사조절 효과를 모방하여 비만 및 대사장애에 대한 새로운 치료 전략을 개발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그러나 자외선은 피부암의 주된 위험요인이므로 가급적 노출을 피하고, 자외선차단제를 사용해 피부를 보호할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피부과학 분야의 권위지 ‘피부연구학회지(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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