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아들 베일 벗나…“막후에서 영향력 강화할 듯”

  • 뉴스1
  • 입력 2024년 5월 23일 16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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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지도자의 둘째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핵반대연합 X 갈무리)
이란 최고지도자의 둘째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핵반대연합 X 갈무리)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막후에서 정계 재편에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음 달 있을 대통령 보궐선거와 차기 최고지도자 지목 등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이란 정부에서 공식 직책을 맡고 있지는 않지만,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그 산하 준군사조직인 바시즈의 배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다.

1969년 이슬람 시아파의 주요 성지인 마슈하드에서 태어난 모즈타바는 그의 아버지가 팔레비 왕조에 반기를 들며 왕정을 무너뜨리는 이슬람 혁명의 주요 인물로 성장하고 대통령에 올라 권력을 쥐는 모습을 모두 지켜봤다.

1980년대에는 군에 입대해 이라크와의 전쟁에 참전했으며 이때 훗날 IRGC의 고위 간부들이 되는 인물들과 친분을 쌓으며 힘을 키웠다.

이후 그는 2005년과 2009년 강경 보수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의 대선 승리를 위해 선거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으며 2019년에는 아버지를 위해 IRGC와 바시즈와 긴밀히 협력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이때문에 모즈타바가 부친의 권력을 넘겨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으며 일각에서는 라이시 대통령의 헬기 추락 사망 사고도 모즈타바가 최고지도자 자리를 승계하기 위해 계획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가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계속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하메네이와 관련한 책을 냈던 신학자 마흐디 칼라지는 WSJ에 “모즈타바가 차기 최고지도자가 되고 싶어 한다는 야망은 완전히 허구다”라며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하메네이는 누구도 후계자로 지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WSJ은 모즈타바가 종교적 자질이나 행정부 근무 경험 등 최고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하메네이가 이슬람 혁명으로 군주제를 무너뜨리며 권력을 다져왔다는 점도 모즈타바가 최고지도자 자리를 세습 받을 가능성을 낮춘다.

이란 안보 전문가인 사예이드 골카르 미국 테네시대 채터누가 캠퍼스 교수는 “모즈타바의 네트워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그를 후계자로 임명하는 것은 군주제를 부활시켜 하메네이의 유산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모즈타바의 권력이 부친의 사후 위협받을 수도 있지만 그가 전면에 나서지 않고 계속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면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WSJ은 전임 최고지도자인 루홀라 호메이니의 아들 아흐마드를 사례로 들었다. 아흐마드는 1989년 호메이니 사망 전 모즈타바보다 더 한 권력을 지녔지만 부친 사후 하메네이 등과 사이가 틀어지며 1995년 49세로 숨지고 말았다.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의 이란 전문가인 하미드레자 아지지는 “모즈타바와 그의 주변인들은 지난 20여년간 이란의 정치판을 좌지우지해 왔다”라며 “이제는 라이시 대통령과 같은 사람을 찾는 것이 최대 과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게 하면 모즈타바는 대중의 감시를 받지 않고 배후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며 권력을 보존하고 심지어 확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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