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아들, 라이시 사후 역할 부상…이란 ‘비선실세’ 자리 잡나

  • 뉴시스
  • 입력 2024년 5월 23일 16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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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즈타바, 직책 안 맡고 음지에서 권력 키워
2022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 때 비난 받기도
"세습은 혁명 이념 위배…막후서 권력 키울 듯"

ⓒ뉴시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사망으로 최고 권력 이인자 자리가 공백 상태가 된 가운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5)의 아들 모즈타바(54)가 이른바 ‘비선실세’로 막후 권력을 휘두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2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모즈타바는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를 앞두고 이란 정치 지형을 재편하는 데 중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중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모즈타바는 라이시 대통령 집권 기간 음지에서 권력을 키워왔다.

모즈타바는 아버지 하메네이가 팔레비 왕조에 반대하는 혁명 운동 주역으로 부상하던 1969년 태어났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수도 테헤란으로 이주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에 참전해 성장기 대부분을 보냈다. 군에서 훗날 이란 보안 기관 고위 인사가 된 인물들과 관계를 맺었다.

그간 공식 직책을 맡지 않고 공개 석상에도 거의 나타나지 않았지만, 대중은 그의 존재를 견제했다.

2022년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체포된 뒤 고문으로 살해당하자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고, 시민들은 모즈타바를 분노의 표적으로 삼았다.

가택 연금 중이던 전 대통령 후보 미르호세인 무사비도 하메네이에게 아들이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소문을 불식시키라고 촉구했다. 하메네이는 답하지 않았다.

미국도 2019년 모즈타바가 아버지를 대신해 혁명수비대 바시즈 민병대와 긴밀히 협력했다며 제재를 가했다.

모즈타바는 지난 19일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로 거론됐던 라이시 대통령이 헬리콥터 추락사로 사망하면서 역할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몇 년간 모즈타바가 아버지 하메네이를 이어 최고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가능성을 낮춰보고 있다. 대신 대중 관심을 받지 않을 때 더 강한 권력을 휘두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하미드레자 아지지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 방문연구원은 WSJ에 “모즈타바와 주변 인물들은 지난 20년 동안 일종의 쇼를 벌여왔다”며 “라이시와 유사한 인물을 찾는 게 모즈타바의 가장 큰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모즈타바가 대중의 감시를 받지 않고 그림자 역할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권력을 보조하고 심지어 확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당장 다음달 28일 예정된 대통령 보궐선거 전까진 확고한 충성파를 확보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모하마드 모크베르는 하메네이 자금줄로 알려진 수십억 달러 규모 비밀 기업 조직 ‘세타드’를 14년간 이끈 최측근이다.

신학자이자 지난해 하메네이 관련 책을 저술한 메흐디 칼라지는 “모즈타바가 차기 최고지도자가 되겠다는 야망은 완벽한 신화”라며 “역사적 경험에 비춰볼 때 하메네이는 자신의 아들을 포함해 누구도 후계자로 지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세습은 왕조를 무너뜨리고 탄생한 ‘이슬람 공화국’ 이념에 어긋난다. 하메네이와 전임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는 자녀에게 권력을 물려준다는 생각은 비이슬람적이며 군주적 발상이라고 일축해 왔다.

미 테네시대 조교수 겸 이란 보안 기관 전문가인 사에이드 골카르는 “권력의 회랑에서 수십 년간 경험을 쌓은 모즈타바의 네트워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며 “하지만 그를 (최고지도자로) 임명하는 건 군주제를 부활시켜 하메네이의 유산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버지 사망 뒤 모즈타바가 권력을 위협받을 수 있다며, 막후에 남는 게 더 나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전 최고지도자 호메이니의 아들 아마드는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1989년 아버지가 죽자 권력에서 물러났다. 아마드는 6년 뒤인 1995년 49세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서울=뉴시스]
#이란#하메네이 아들#라이시#모즈타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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