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균태 성균관 고문회장(87)은 3년 전부터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에 살고 있다. 집 근처 축령산을 오르기 위해서다.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공무원 시절인 1974년부터 등산을 시작한 그는 “산을 오른 뒤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졌고, 그 덕분에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직에 있을 땐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주 2회, 현직을 떠난 뒤엔 매주 평균 5회 이상 산을 오르고 있다”고 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50대의 이른 나이에 돌아가셔서 제가 유전적으로 단명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을 때 재무부에 산악회가 생겼어요. 그래서 바로 가입했죠. 당시 축구 동호회도 인기가 있었는데 전 축구에 소질이 없어서 못 하고 있었습니다. 시골 출신이라 산에서 뛰어논 기억이 있어 등산은 친근하게 다가왔습니다.”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대모산 등 수도권 산행이 주를 이뤘지만, 설악산 한라산 등 원정 등산도 자주 갔다. 그는 “현직에 있을 때 주말 산행은 2일간 평균 8km, 요즘은 한 번 산행에 6km를 걷고 있다. 지금까지 산을 타며 걸은 거리가 총 5만2000km 정도 된다. 지구 한 바퀴(4만 km)를 돌고 1만2000km를 더 걸은 셈”이라고 했다. 그는 매월 마지막 목요일 산에 오르는 ‘말목산악회’를 만들었고, 회장을 맡아 27년째 이끌고 있다.
“좋은 공기 마시며 산을 올라서인지 정말 몸이 달라졌어요. 병원에 다니며 치료해도 밤마다 잠을 못 이루게 절 고생시키던 알레르기성 비염이 산을 타면서 사라졌죠. 고혈압 등 성인병은 물론 사람들 많을 때 눈앞에 모기 같은 게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비문증(飛蚊症)도 없어졌어요.”
설 회장의 건강 비결은 꾸준함이다. 말목산악회 등 등산모임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비나 눈이 와도 산에 올랐다. 8년 전 재혼한 아내 손인자 씨(56)는 “주위 분들이 괴물이라고 한다”고 했다. 설 회장은 매일 아침 ‘기초체력 훈련’을 한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양쪽 다리 전체를 움직여 엄지발가락을 부딪치는 일명 ‘발끝치기’를 1000개 한다. 윗몸일으키기도 60개 한다. 50년간 등산하며 큰 부상이 없었던 배경에 이런 세심한 관리가 있었다.
50년 전 함께 등산을 시작한 회원 중 유일하게 설 회장만 아직도 산을 타고 있다. 그는 “‘느려도 착실하면 이긴다’는 말이 있다. 건강도 길게 보고 꾸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도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자신하다 망가지기 쉽다. 건강 지키는 것도 공짜가 아니다.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 회장은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흔이 가까운 나이에도 머리 대고 물구나무서기와 엄지 검지 중지 세 손가락 팔굽혀펴기를 주기적으로 한다. 그는 “2년 전 병원에서 골밀도 검사를 받았는데 50대 초반 수준으로 나왔다”고 했다.
설 회장은 아내와 매일 축령산을 2시간 이상 탄다. 그는 “수도권 여기저기를 돌아다녀 봤지만 이렇게 남양주 수동면처럼 잣나무로 이뤄진 휴양림이 있고, 계곡이 아름다운 곳은 강원도 말고는 못 봤다. 건강을 관리하기 참 좋은 곳이다”라고 했다.
“산에 가면 기분이 좋아져요. 나무와 꽃, 바위, 계곡의 물…. 자연하고 교류하는 느낌이랄까. 또 산은 늘 변해요. 꽃이 피고 신록이 우거지고 단풍으로 물들죠. 눈 덮인 산도 예술이죠. 이런 좋은 자연 속에서 걸으니 건강해질 수밖에 없죠.”
설 회장은 정신 건강에도 관심을 가졌다. 재무부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과 ‘재경(財經)문학회’를 만들어 역시 회장을 맡고 있다. 회원들이 창작한 시와 시조, 수필 등을 묶어 ‘재경문학’을 매년 발간하고 있다. 올 초 8호를 발행했다. 그는 수필을 쓴다. 기억력 퇴보를 막기 위해 한자를 다시 공부했고, 4년 전 한국어문회 한자 능력 1급 자격증을 땄다.
재무부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설 회장은 국민카드 수석 부사장, IBK투자증권 감사위원장 등을 지냈고 올 초엔 성균관 고문단(전국 37명) 초대 회장에 선출되는 등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등산으로 다진 체력 덕분에 아직 막걸리 2병도 마신다”며 “100세 넘어서도 산을 타겠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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