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일도 대규모 투자… “아프리카와의 협력은 선택 아닌 필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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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글로벌 사우스’와의 연대 강조 광물-인프라-에너지 협력 다짐
미-중-일, 발빠르게 정상회의 열고 건설 등 기반시설에 대규모 투자

미국,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일찍이 ‘글로벌사우스’(남반구 개발도상국·신흥국) 핵심 요충지로 떠오른 아프리카 대륙에 주목해왔다. 아프리카가 갖는 경제산업·외교안보 분야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해 미래를 위한 협력을 강화해온 것. 아프리카 지역 주재 공관장들은 올해 4월 재외공관장 회의차 귀국해 “아프리카는 우리에게 앞으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아프리카에서도 미중 패권 경쟁은 심화되는 양상이다. 중국은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빈틈을 가장 먼저 파고들었다. 아프리카 최대 투자·무역국으로 거듭난 중국은 거대 자본을 앞세워 현지 인프라 건설 투자를 확대하는 등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의 경제, 군사, 영토 확장 사업)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대아프리카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중국은 특히 외교부장(장관)이 1991년부터 새해 첫 방문지로 아프리카를 순방하는 전통을 34년째 이어오고 있다. 왕이(王毅) 외교부장도 올해 1월 첫 해외 순방지로 이집트, 토고, 코트디부아르, 튀니지를 방문했다. 2006년 중국은 아프리카 54개국 지도자들에게 초청장을 보내며 처음으로 베이징에서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FOCAC)를 개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21년엔 이 정상회의에서 400억 달러(약 54조5200억 원)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아울러 2017년 동아프리카 지부티에 첫 해외 해군기지를 구축하는 등 최근 아프리카 대륙을 안보 분야의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2022년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2014년 이후 8년 만에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핵심 광물의 탈중국화와 자국 내 청정에너지 산업 공급망을 확충하기 위한 차원에서 아프리카에 다시 공을 들이고 있는 것.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리카연합(AU) 49개 정상 및 고위급 대표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미국은 아프리카의 미래에 올인하겠다”고도 했다. 이 회담에서 미국은 향후 3년 동안 기후변화, 식량안보, 보건 등 분야에서 아프리카에 총 550억 달러 규모의 원조를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일본 정부도 1993년 처음 열린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를 3년마다 개최하면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2022년 열린 TICAD에서 일본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총 300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이 밖에도 인도와 튀르키예, 프랑스, 러시아, 영국 등도 아프리카와 정상급 회의를 통해 이들 국가 지도자를 초청해 교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주요국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아프리카 국가들 사이에선 ‘협력을 가장한 약탈’이란 비판적인 목소리도 일부 나온다. 올해 1월 로마에서 열린 이탈리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교육, 보건 등 분야에 55억 유로(약 8조1367억 원)를 투자하는 대가로 유럽으로 오는 불법 이민자들을 아프리카 정부가 억제해 달라”고 요청하자 무사 파키 AU 집행위원장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거지가 아니다”면서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돈 줄 테니 알아서 불법 이민자를 막으라’는 요구에 날카롭게 응수한 것이다.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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