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黨’ 30년 집권 깨지나… 남아공 오늘 총선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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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마 前대통령의 신당 약진에 타격
지지율 40%대… 연립정부 가능성
실업률-빈부격차에 표심은 싸늘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25일 요하네스버그의 한 경기장에서 열린 집권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총선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AP 뉴시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25일 요하네스버그의 한 경기장에서 열린 집권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총선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AP 뉴시스
올해 아프리카 대륙에서 펼쳐지는 20여 개 선거 중 가장 주목받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총선이 29일 치러진다.

이번 선거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30년간 집권해온 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얼마나 득표하는가다. ANC는 1994년 치러진 첫 민주 선거에서 세계 인권 운동의 아이콘이던 넬슨 만델라(1918∼2013)를 대통령으로 배출한 뒤 2019년 총선까지 과반 득표로 압도적 우위를 점해 왔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선 40%대 지지율을 얻는 데 그치고 있다. 남아공은 국회의원 400명이 다수결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간선제이기 때문에, ANC가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 남아공 최초로 ‘연립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난해 12월 창당한 움콘토웨시즈웨(MK)의 약진이 ANC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다. 20일 남아공 eNCA 방송에 따르면 MK의 지지율은 14.4%. 제2야당 경제자유전사(EFF·11.4%)를 뛰어넘어 제1야당 민주동맹(DA·18.6%)까지 넘보는 수준이다.

MK를 이끄는 건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82)이다. 그는 2018년 각종 부패 혐의로 물러난 뒤 2021년 실형을 선고받아 총선에 직접 출마할 수 없다. 하지만 주마 전 대통령은 “ANC의 적자”를 자처하며 정권 심판론을 내세워 파급력을 키웠다. 당 이름과 로고도 1960, 70년대 ANC 지하 무장 조직인 ‘움콘토웨시즈웨’에서 따왔다. AP통신은 “주마 전 대통령이 이번 선거를 판가름할 ‘와일드카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남아공 유권자들의 총선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도 싸늘하다고 한다. 높은 실업률과 심각한 빈부 격차로 살림살이가 팍팍하기 때문이다. 특히 만델라 전 대통령이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인종차별 정책)를 철폐한 뒤 태어난 청년들은 ANC에 대한 유대감보다 현 경제난에 대한 불만이 크다. 남아공 청년 실업률은 올해 1분기(1∼3월) 기준 45.5%에 이를 정도다.

미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FP)는 “아파르트헤이트 이후 약속했던 ‘농지 재분배’에 실패한 것도 ANC 지지율을 꾸준히 끌어내린 주요 요인”이라고 짚었다. 인종차별 정책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흑인과 백인의 경제·사회적 격차가 극심한 점도 정치 혐오를 키우고 있다. 남아공 선거관리위원회는 “총선의 최종 개표 결과는 다음 달 2일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아공 총선#연립정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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