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첫걸음] 스타트업, 창업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할까

  • 동아닷컴
  • 입력 2024년 5월 30일 12시 11분


[스타트업 첫걸음] 기고를 시작하며

스타트업은 창업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된다. 대학 창업지원단에서 근무하던 시절, 스타트업의 부푼 꿈을 가지고 찾아오는 학생들이 많았다. 예비창업자들은 첫 시작의 열정과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스스로 무언가 만들 수 있다는 설렘을 안고 자신이 떠올린 내용을 열정적으로 설명한다. 그러다 종종 이런 질문을 했다.

‘이런 것도 창업 아이템이 될 수 있나요?’, ‘너무 소소한 것 같아서요’


대답은 당연히 ‘YES’다.

생각보다 많은 예비창업자들이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투자 가치가 있고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창업 아이템은 무언가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생각이 맞을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세상에 공개돼 많은 사람이 사용하거나, 인지하고 있는 창업 아이템과 스타트업은 몇 번의 변화와 피봇(Pivot, 경영 전략의 방향 전환), 스케일업(scale-up, 기업 규모 및 성장 가능성의 확대)을 거친 상태다. 수많은 단계를 거친 아이템과 이제 시작점에 서 있는 아이템을 비교하니 자신이 가진 아이템은 한없이 작고 소소하게 느껴지는 게 당연하다.

놀랍게도 세상을 놀라게 한 뛰어난 발명품이나 우리 실생활에 사용하는 제품들은 아주 작은 불편과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경우가 많다.

베티 네스미스 그래엄과 그녀가 개발한 '리퀴드 페이퍼' 수정액 / 출처=텍사스주 역사협회

예를 들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수정액을 보자. 수정액은 틀린 글자를 간편하게 고치기 위해 사용되며, 비서로 일하던 사람의 손끝에서 탄생한 제품이다. 1950년 대 미국, 베티 네스미스 그래엄(Bette Nesmith Graham)은 비서로 일하면서 자신이 입력한 문서에 오탈자가 발생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당시 IBM 전기타자기는 오탈자가 하나라도 생기면 전체 페이지를 다시 입력해야 했다.

페인트공으로 부업을 하던 그녀는 페인팅 기법의 하나인 템페라(안료와 매체의 혼합)에서 영감을 받아 이를 문서의 수정 용도로 사용했고, 이것이 수정액의 시작이다. 페인트 기법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라 그런지 초기 수정액은 현재 우리가 아는 펜 형태가 아닌 틀린 글자를 수정액으로 덮을 수 있는 매니큐어 형태의 물건이었다.

글자를 자주 틀린다는 스트레스가 어떤 공간도 원하는 색으로 덮는 페인트를 활용해 현대까지 꾸준히 이용되고,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탈바꿈했다. 이후 베트 네스미스 그래엄은 사업의 규모를 키워 1979년 회사를 4750만 달러(현재 환산 가치 약 2458억 원대)에 질레트 사에 매각했고, 지금도 그녀의 유산은 배트 클레어 맥머레이 재단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 이를 기리고자 사후 38년이 지난 2018년, 뉴욕타임즈가 그녀의 추모 기사를 내기도 했다.

실제 타자기에 수정액을 사용하는 예시 / 출처=셔터스톡

이렇듯 번뜩이는 아이템은 아주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차이가 있다면 불편을 뒤로 넘기기보다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일 것이다. 당시 글자를 틀리는 것에 대해 불편함이나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은 아주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짧은 짜증과 하루 중 대수롭지 않은 일로 넘겼지만, 그걸 해결하고자 고민을 표면으로 끌어낸 사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한번 세상을 변화시킨 아이템은 더 이상 아이디어의 원천이 될 수는 없을까? 이 또한 ‘가능’하다. 학생이나 직장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사무용품에는 연필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볼펜이나 샤프를 많이 사용한다 해도 책상에 연필이 없다면 다소 허전한 느낌이 들 정도로 대중적인 물품이며, 떠올리는 이미지도 비슷할 것이다. 흑연을 나무로 감싼 연필은 어떤 특허를 가지고 있을지 확인해 보았다.

특허청, 한국특허정보원이 운영하는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 / 출처=특허청

특허정보 검색사이트 키프리스(www.kipris.or.kr)에 ‘연필’이라는 글자를 넣으니 약 1만 9천 건의 검색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소멸하고 거절된 경우도 있으니 실제 특허는 이보다 적다. 하지만 해당 결과를 통해 기존 아이템을 가지고도 다양한 발상이 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발전시키거나 해당 물품을 더 편리하게 사용하는 방법 등 모두 시장을 뒤흔들 창업 아이템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일상이 아이템이 되고 창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현장에서도 종종 만날 수 있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작년부터 진행한 스타트업 테크블레이즈(Startup TechBlaze, 신산업·초격차 10대 분야 딥테크 우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사업) 프로그램 수상스타트업 ‘인피닛블록’이 좋은 사례다.

출처=셔터스톡

정구태 대표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인피닛블록은 블록체인 전자지갑 기반 B2B 전문 디지털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구태 대표는 금융권(농협)에서 블록체인·핀테크 신산업 기획 등 업무를 담당하며 디지털자산 및 블록체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찾았다. 안정적인 자리가 아닌 창업이라는 모험을 결심하게 된데에는 디지털자산 시장에 대한 확신과 도전정신이 바탕이 되었다. 직접적인 경험과 노하우를 앞세우고, 탄탄한 방향성과 자신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인피닛블록은 일상생활 중 하나였던 업무에 관한 관심이 전문 분야가 되고, 아이디어를 아이템으로 발전시킨 좋은 예다. 이렇게 경험이나 관심 분야 속에서 떠올린 아이디어가 아이템으로 발전할 경우 큰 장점 중 하나는 실제 경험에 기반이 된 만큼 안정적인 아이템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창업 아이디어는 굉장히 사소한 경우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일상에 대한 불편이나 타인의 어려움, 기존 시장에 나와 있는 아이템을 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 시작은 ‘이렇게 하면 어떨까’라는 짧은 문장으로 시작된다.

출처=셔터스톡

그리고 시작이 어떤 결말이 될지는 창업자가 얼마나 움직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기에 창업 아이템이 될 수 없는 아이디어란 없으며, 시작하는 공간이나 장소도 전혀 특별함이 없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창업 아이디어 발굴에 필요한 것은 특별한 전문지식이나 ‘별다른’ 것이 아닌 일상의 불편함이나 스치는 생각을 쉽게 보내지 않는 예리한 관찰력이다.

스타트업 창업 아이디어는 이렇게 작은 불씨부터 시작하게 된다. 머릿속을 스치는 번뜩이는 생각을 흘려버리기보다 앞으로 당겨보는 건 어떨까. 새로운 스타트업의 시작이 될 수도 있는 중요한 순간일지도 모른다.


글 / 박미림 창업 액셀러레이터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창업혁신팀 소속, 중소벤처기업부 육성 초격차 10대 분야 딥테크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연계하는 테크브레이즈 사업, 혁신센터 트랙 기반의 구매조건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