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불법대출 中투자자, 담보 잃자 ISDS 제기 “불법투자는 보호 안돼” 기각… 한국 첫 전부 승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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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소송비 49억도 신청자 부담

불법 대출로 벌인 사업에 실패해 담보를 잃은 중국인 투자자가 제기한 국제중재에서 한국 정부가 전부 승소했다. 정부가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전부 승소한 것은 처음이다.

2일 법무부에 따르면 중재판정부는 중국 국적 투자자 민모 씨가 2020년 8월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S를 지난달 31일 기각했다. 중재판정부는 “한중 투자 협정상 보호되는 투자가 아니라 중재판정부의 관할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민 씨는 2007년 10월 중국 베이징의 부동산을 인수하기 위해 국내에 법인을 설립하고 국내 금융회사에서 사업자금을 대출받았다. 우리은행은 이 채권들을 넘겨받아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설정했다. 민 씨가 대출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자 우리은행은 6차례에 걸쳐 상환기한을 연장한 뒤 담보로 잡았던 민 씨 소유의 주식을 외국회사에 매각했다.

민 씨는 우리은행이 자신의 주식을 처분한 것에 대한 적법성을 따져 달라며 민사재판을 청구했지만 대법원에서 2017년 패소가 확정됐다. 같은 해 민 씨는 자신의 사업과 관련한 횡령,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징역 6년도 대법원에서 확정받았다.

이에 민 씨는 한국 정부가 한중 투자 협정상 ‘공정·공평대우’ 의무를 위반했다며 ISDS 중재 신청을 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민 씨는 “민형사 소송에서 법원의 판단과 수사기관의 수사 등이 공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민 씨의 투자 활동이 우리은행 임직원에게 금품 등을 주고 불법으로 대출을 받아 이뤄진 점을 들며 “한중 투자협정상 보호되는 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민 씨는 처음에 2조 원을 청구했다가 최종 청구액은 2641억 원으로 낮췄다.

중재판정부는 4년간 양측의 서면 공방과 구술 심리를 거친 끝에 “불법 투자는 보호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중재판정부는 또 민 씨가 한국 정부가 소송에 대응하느라 지출한 비용 중 약 49억1260만 원을 지급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내법상 위법한 투자는 ISDS에서 보호받지 못한다는 원칙을 명확히 한 판정”이라고 했다.

#불법대출#중국인 투자자#한국 정부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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