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캐나다에서 주거난이 극심해지며 ‘한 집에 네 가구’가 사는 포플렉스(fourplex) 주택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민자는 늘어났는데도 주택 공급이 제자리걸음을 하자 쥐스탱 트뤼도 총리(사진)가 올 초부터 추진해온 대책이지만 반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원래 한 층당 여러 가구가 사는 북미권의 다세대주택은 주로 복층 듀플렉스(2가구용)나 트리플렉스(3가구용) 형태가 많다. 그런데 최근 주택값이 치솟자 캐나다 정부는 공급을 빠르게 늘리려 포플렉스(쿼드플렉스)를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 총리실은 4월 올해 예산 방향을 발표하며 “현재 젊은이들에게 가장 큰 부담은 주택”이라며 “더 많이 더 빨리 짓고 더 싸게 만들겠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캐나다에는 이민자가 120만 명 넘게 유입되면서 주택이 크게 부족해졌다. 같은 해 7월 밴쿠버의 침실 1개짜리 주택 월세는 전년 대비 20% 뛴 평균 2981달러(약 300만 원)였다.
영국 BBC 방송은 3일 “캐나다에서 집값이 폭등한 건 노동력 부족과 복잡한 건설 인허가 절차 외에도 캐나다 특유의 문화도 한몫했다”고 진단했다. 캐나다의 주거 형태는 주로 고층아파트와 단독주택으로 양분돼 있다. 주거 문제 전문가인 앨릭스 보지코빅은 “아파트는 이민자 등 서민층이 주로 산다는 계급주의적 인식 때문에 토론토는 1910년대부터 택지를 단독주택용과 아파트용으로 분리하는 정책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주요 도시들은 ‘중간 형태’에 해당하는 다세대주택 신규 건설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약 100년 만에 상황이 뒤집혔다.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트뤼도 총리의 정책을 “포플렉스를 넘어 파이브·식스플렉스까지 허용하겠다”며 환영했다.
하지만 최대 도시인 토론토와 수도 오타와가 있는 ‘캐나다의 중심’ 온타리오주는 반발이 극심해 ‘님비’(지역이기주의)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인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총리도 최근 “마을 한가운데에 8층짜리 다세대주택이 들어오면 고함 소리가 터져 나올 것”이라고 했다. 온타리오주 야당은 “단독주택에 살 여유가 없으면 환영받지 못한다는 차별적 메시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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