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스펙트럼장애 연구 성과
연구팀, 1만2929개 유전자… AI-머신러닝 활용해 분석
기존 유럽인 중심의 연구와 달리, 한국인 유전적 특성 온전히 반영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팀과 고려대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안준용 교수팀이 게놈(유전체)의 일부인 ‘짧은 연속 반복 서열(STR)’의 변이가 뇌 형성과 발달을 조절하는 유전자 네트워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발견했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에 흥미를 보이거나 의사소통 등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보이는 복합적 신경 발달장애다. 유전성이 높다고 알려졌지만 요인을 밝히지 못했다. 특히 기존 연구도 북미나 유럽인 대상이 많았으며 한국인에 대한 연구는 전혀 없는 실정이었다.
어린 나이에는 뇌가 빠르게 성장한다. 자폐스펙트럼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면 경과가 좋다. 연구팀은 한국계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유전적인 원인을 밝히고자 한국인 자폐스펙트럼장애 가족 634가구의 게놈을 분석했다.
게놈은 유전자와 세포핵 속에 있는 염색체의 합성어로 주로 직렬 반복을 포함한 반복적 데옥시리보핵산(DNA)으로 구성된다. 이 중 형질 차이에 이바지하는 유전변이 중 하나인 STR 변이가 약 6.8%를 차지한다.
연구팀은 2104명(자폐스펙트럼장애인 641명, 부·모 각 634명, 비자폐 형제 195명)의 유전자 1만2929개를 인공지능(AI)과 기계학습(머신러닝)을 활용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STR 변이가 수정기부터 출생까지의 유전자 발현과 염색체 조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변이는 전두엽 피질에 분포하는 유전자들에서 발견됐으며 자폐스펙트럼장애와 관련된 적응 능력과 사고 능력에 영향을 미쳤다.
기존 북미나 유럽인을 대상으로 한 해외 연구에서 밝혀진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원인 유전자는 한국인의 특성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했다. 따라서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선 한국인을 포함한 다양한 인종과 민족을 대상으로 연구해야 함을 시사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인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원인이 되는 새로운 유형의 유전적 변이를 규명한 최초의 연구로 대부분 북미·유럽을 대상으로 하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연구에서 가장 대규모의 아시아인 가족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유희정 교수는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조기에 진단하고 빠르게 치료받으면 좋은 성과가 있다”라며 “자폐스펙트럼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발견하기 위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유전변이 양상을 포괄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준용 교수는 “기존의 대규모 유전체 연구는 유럽인 중심으로 이뤄졌기에 한국인의 유전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라며 “이번 연구로 한국인 자폐스펙트럼장애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형의 유전적 변이를 최초로 규명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통부 바이오·의료기술 개발사업 뇌질환극복사업 및 고려대 인성(仁星) 연구비 지원으로 진행됐으며 국제 학술지인 ‘정신의학 및 임상 신경과학’에 게재됐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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