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에 울던 애플이 AI로 주가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전날 ‘애플 인텔리전스’를 선보인 애플 주가는 11일(현지시간) 7.3%급등하며 207.1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애플 역사상 사상 최고치를 경신함에 따라 엔비디아에 빼앗겼던 시가총액 2위 자리도 탈환했다. 나스닥 지수 역시 이날 또다시 최고치를 찍었다.
앞서 애플은 연례개발자대회(WWDC)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 등에 모두 적용될 AI 플랫폼 애플 인텔리전스를 선보였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퍼스널 AI’라고 선언하며 개인 맞춤형 AI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듯 아이폰이나 맥북에 저장된 개인 문자나 이메일 사진 등을 데이터로 삼아 AI가 답변을 찾는 각종 기능이 특징이다. 말 귀를 못알아들어 놀림감으로전락했던 음성 비서 ‘시리’가 진짜 개인 비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발표 첫날 시장의 반응은 미적지근 했다. 주가는 1.9% 하락해 최근 11번의 WWDC 당일 주가 하락 폭의 최고 낙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아이폰의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을 가져올 것이란 전망을 속속 내놓자 11일 개장과 동시가 주가는 급등하기 시작했다. 쿡 CEO가 주장한 “(기술 엘리트 말고) 나머지를 위한 AI”라는 캐치 프레이즈가 통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에버코어 ISI 애널리스트 아밋 아리야나니는 “애플은 AI 칩에 수조 원을 지출하지 않고도 생성AI를 제공할 능력을 보여줬다”며 “최신 폰에만 AI 기능을 쓸 수 있도록 해 아이폰 슈퍼 사이클을 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 인텔리전스가 탑재될 운영체제 ‘iOS 18’은 미국에서 영어버전으로 올해 가을, 내년에 다른 언어 버전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 업데이트는 아이폰 15 이상에서만 가능하다. 월가 투자자들은 AI 기능 때문에 신형 아이폰 구매가 늘어날 것으로 본 것이다.
모건 스탠리도 애플이 “가장 차별화된 소비자 디지털 에이전트”로 포지셔닝 하고 있다며 “기기 교체 주기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애널리스트들도 “인텔리전스 폰의 업그레이드 주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생성AI 모델 경쟁에서 오픈AI가 구글보다 더욱 주도권을 쥐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업으로 기업 시장을 차지했다면 애플과 손잡고 개인용 시장의 필수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MS도 오랫동안 개인 검색 및 AI 시장 확대를 노려 왔는데 자사 파트너인 오픈AI와 애플과의 협업이 마냥 달갑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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