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미래산업을 창업해 미국 주식 시장에 상장시키는 등 한국 벤처 1세대를 이끌었던 정문술 미래산업 전 회장이 12일 오후 9시30분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6세.
고인은 1938년 전북 임실군 강진면에서 태어나 남성고, 원광대 종교철학과를 졸업했다. 중앙정보부 기조실 기획조정과장까지 지낸 고인은 퇴직 후 여러 사업을 추진했다.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사업을 준비하다 퇴직금을 사기당하기도 하고, 풍전기공이란 금형업체를 설립하기도 했지만 대기업의 견제로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힘든 시간을 견딘 고인은 1983년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미래산업을 창업했다. 국산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한 미래산업은 반도체 후공정에서 불량품을 가려내는 데 사용되는 ‘메모리 테스트 핸들러’로 자리를 잡았다. 성장을 거듭한 미래산업은 1999년 11월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상장 후 2년 뒤인 2001년 고인은 ‘착한 기업을 만들어 달라’는 말을 남기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고인은 “부(富)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며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2001년 300억 원, 2014년 215억 원 등 총 515억 원을 기부했다. 고인의 기부금은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설립에 사용됐다. 고인은 2014년 기부금 약정식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기여하고 싶은 마음에 이번 기부를 결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인은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 KAIST 이사장 등을 지냈으며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과학기술훈장 창조장을 받았다.
유족은 배우자인 양분순 씨와 2남 3녀가 있다. 빈소는 건국대병원 장례식장 202호실, 발인은 15일 오전 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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