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간 탈북청년 “아무리 캄캄해도 해는 떠”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14일 03시 00분


中베이징 유학중 탈북한 김금혁씨
한국이 의장국 맡아 처음 주재한
안보리 ‘북한 인권회의’에 참석
北청년들에 “조국 변화시키자” 호소

탈북민 출신 김금혁 씨가 1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북한 인권 공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엔웹TV 캡처
탈북민 출신 김금혁 씨가 1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북한 인권 공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엔웹TV 캡처

“북한의 미래는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자유와 민주주의는 누군가가 줄 수 있는 선물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쟁취해야 합니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마이크를 잡은 탈북 청년 김금혁 씨(33)가 영어 연설을 이어가던 도중 한국어로 말하며 북한 청년들에게 호소했다. 그는 북한 인권 문제를 의제로 한 이날 회의에 시민사회 대표 자격으로 참석했다.

평양 출신의 김 씨는 김일성종합대학을 다니다가 중국 베이징으로 자비 유학을 간 엘리트 가정 출신이다. 유학 시절 유학생들과 토론을 하면서 북한 체제에 의문을 갖게 됐다. 북한 당국에 꼬리가 잡히면서 탈북해 간신히 2012년 한국에 도착했지만, 가족과는 연락이 거의 끊긴 상태다.

김 씨는 “혼자만 살아남아 자유를 얻었다는 고통스러운 사실이 지금까지 나를 괴롭힌다”라며 눈물지으면서도 “조국을 변화시키자며 당시 북한 유학생 친구들과 함께 했던 결심은 지금도 포기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국가보훈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냈다.

이날 회의에서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부패와 통제를 통한 통치는 오래갈 수 없다”라며 “지금이라도 주민들이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달라”라고 요구했다. 북한 청년들에게도 “해가 뜨기 전이 가장 어둡고 추운 법”이라며 “그 어둠이 아무리 캄캄하고 두렵다고 할지라도 해는 떠오른다”라고 말했다.

안보리 차원에서 북한 인권 회의가 열린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6월 한 달간 안보리 의장국을 맡은 한국이 이를 주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의를 주재한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북한은 핵무기와 인권 침해가 이끄는 쌍두마차”라며 “인권 침해를 멈추면 핵무기 개발도 중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을 비롯한 57개국과 유럽연합(EU)은 이날 회의 전 약식 회견을 열고 북한 인권 상황을 함께 규탄했다. 북한 인권 문제를 안건으로 채택할지 결정하는 ‘절차투표’에서도 15개 이사국 중 중국과 러시아, 모잠비크를 제외한 12개국이 찬성했다. 주유엔 한국대표부는 “역대 북한 인권회의 절차투표 중 가장 많은 찬성표”라고 설명했다.

#유엔#탈북청년#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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