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 팝업북, 감정분석 음악 추천 AI… 세계 사로잡은 韓 기술융합예술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17일 03시 00분


스페인 소나르 페스티벌… ‘+D’ 콘퍼런스 현장 보니
“태블릿PC 카메라로 그림 비추자 3차원 조형물 튀어나올듯 펼쳐져”
AI-AR 접목한 기술융합예술분야… 한국 작가 총 7개 팀 14명 참가
주최측 “잠재력 풍부, 새 바람 기대”… 현장선 “AR로 평면매체 한계 도전”

올해로 31회를 맞은 ‘소나르 페스티벌’의 주요 행사 중 하나인 기술융합예술 콘퍼런스 ‘소나르+D’ 현장. 아트코리아랩 부스에서 이승현 작가(왼쪽)가 관람객에세 키네틱 팝업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트코리아랩 제공
올해로 31회를 맞은 ‘소나르 페스티벌’의 주요 행사 중 하나인 기술융합예술 콘퍼런스 ‘소나르+D’ 현장. 아트코리아랩 부스에서 이승현 작가(왼쪽)가 관람객에세 키네틱 팝업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트코리아랩 제공
13~15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소나르 페스티벌’(Sonar Festival·국제 전자음악 및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세계적으로 뜨거운 인공지능(AI) 열풍이 예술계에도 영향을 미쳐서일까. 특히 올해 페스티벌은 90여 개국 출신 15만 4000여명이 찾을 만큼 성황을 이뤘다.

이달 13∼15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소나르 페스티벌에서 벨기에 출신 DJ 샤를로트 드 비테가테크노 공연을 선보이고있다. ⓒMartini Ariel, 소나르 페스티벌 제공
이달 13∼15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소나르 페스티벌에서 벨기에 출신 DJ 샤를로트 드 비테가테크노 공연을 선보이고있다. ⓒMartini Ariel, 소나르 페스티벌 제공
1994년부터 시작돼 매년 6월 열리는 소나르 페스티벌은 전자 음악 공연뿐만 아니라 다양한 쇼케이스, 공연 기술 세미나, 포럼, 미디어아트 전시를 망라하며 연간 12만 명 이상이 찾는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했다. 그중 페스티벌의 핵심 행사로 손꼽히는 ‘소나르+D’ 콘퍼런스 현장을 14일 찾았다.

전 세계 기술융합예술분야 작가 70여 팀이 참여해 생성형 AI, 증강현실(AR) 등을 접목한 예술품을 선보인 올해 ‘소나르+D’의 특징은 한국 작가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총 7개 팀 14명의 한국 작가들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가 운영하는 아트코리아랩의 지원을 받아 ‘소나르+D’에 참가했다. 안토니아 폴게라 소나르+D 총괄 큐레이터는 “작년까지만 해도 기술융합예술이 비교적 일찍 확산된 서구권 출신 작가들이 참가자 다수를 이뤘지만, 올해는 기술융합예술 분야에서 기술력과 창의성, 풍부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한국 작가들을 주목했다”며 “한국 작가들이 새 바람을 일으킬 거라 기대해 초청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키네틱 팝업북은 증강현실(AR) 기술을 종이책에 접목시켜 평면 그림을 3차원 형태로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트코리아랩 제공
키네틱 팝업북은 증강현실(AR) 기술을 종이책에 접목시켜 평면 그림을 3차원 형태로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트코리아랩 제공
실제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은 관람객들의 주목을 한눈에 받았다. 아트코리아랩 부스의 하담우, 이승현 작가의 ‘키네틱 팝업북’이 대표적이다. 추상회화가 그려진 종이책이 코딩 수식에 따라 한 장 한 장 자동으로 넘어가고, 비치된 태블릿PC의 카메라로 그림을 비추자 3차원 조형물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듯 눈앞에 펼쳐졌다. 현장에선 AR 기술로 평면 매체의 한계에 도전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작품을 관람한 가우디바르셀로나 재단의 아나 아코스타 문화방문책임자는 하담우, 이승현 작가에게 “가우디 건축물을 AR 콘텐츠로 만들어 보고 싶다”며 즉석에서 협업 제안을 하기도 했다.

관람객들이 안효주, 박세연 작가의 ‘뉴럴 타이드’를 체험하고 있다. 6개의 버튼과 동작인식센서, 터치패드를 움직여 다양한 소리를 손쉽게 만들어볼 수 있다. ⓒMarc Medina, 아트코리아랩 제공
국내 7개 팀은 올 3월 진행된 예경의 공모를 거쳐 선발됐다. 7개 팀 작품 모두 “기술력이 돋보인다”는 관람객들의 반응이 쏟아졌다. 인간 뇌의 신경망을 흉내 낸 머신러닝 기법인 인공신경망과 그래뉼라 신시사이저를 활용해 자연의 소리를 분해, 합성한 뒤 관객의 조작에 따라 전자음악 형태로 들려주는 콜렉티브 남산전골의 ‘뉴럴 타이드’, 확장현실(XR) 기술로 공상과학 세계관을 설계해 모니터 속 ‘AI 관리자’가 만국 언어를 실시간 통역하며 관객의 몰입을 이끈 프로젝트 팀펄의 ‘세파리움’ 등이 대표적이다. 현장에서 만난 관람객 셀리아 수자 씨는 “평소 한국에 대해 ‘트렌드가 빠르고 미래적인 나라’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기술의 정교함은 그 이상이었다”며 감탄했다. ‘세파리움’의 정혜주 작가는 “기술 수준보다는 메시지에 집중하는 해외 관객들의 접근 방식에서 얻은 영감을 향후 작품에 녹여낼 것”이라고 말했다.

굵직한 기업과 기관에서 몰려온 발길은 산업 박람회를 방불케 했다. 기술융합예술은 몰입형 콘텐츠 등 상업적으로 활용하기도 좋아서다. 손바닥 땀 분비량을 측정해 관람객의 현재 감정을 분석한 뒤 생성형 AI가 추천 음악을 들려주는 이승정, 정동훈 작가의 ‘감정 울림’은 로레알 프랑스 본사로부터 협업을 제안받았고, 국제상공회의소 이사진이 줄지어 체험을 기다리기도 했다. 캐머런 매킨지 국제상공회의소 이사는 “일기 쓰듯 나를 되돌아보는 경험을 했다. 예술의 혁신”이라고 말했다.

이승정 작가(가운데)가 감정인식기술과 생성형 AI를 접목한 작품 ‘감정 울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관객이 거울을 바라본 상태로 센서 위에 손바닥을 올리면 감정 분석이 시작된다. ⓒMarc Medina, 아트코리아랩 제공


#소나르 페스티벌#기술융합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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