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권의 최대 성지순례 행사 ‘하지’가 이뤄지는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최소 557명이 온열 질환 등으로 사망했다고 AFP통신이 자체 집계를 통해 18일 보도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이집트인과 요르단인이다. 메카 일대의 최고 기온이 한때 51.8도를 기록할 정도로 폭염이 몰아친 데다 비용이 부족한 저소득층 순례자들이 냉방 시설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우디 국립기상센터에 따르면 17일 메카 대사원 인근의 기온은 51.8도를 기록했다. 전세계적인 기후 변화로 메카의 기온이 최근 10년마다 0.4도씩 상승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지 또한 6월 말에 이뤄져 최소 240명이 사망했다.
사우디 당국은 올해 하지에는 현재까지 180만 명가량의 순례자가 참여했으며 이중 대다수인 160만 명이 해외 입국자라고 밝혔다. 특히 해마다 수만 명의 순례자들이 돈을 절약하기 위해 사우디 정부로부터 공식 비자를 발급받지 않고 하지에 참석해 인명 피해를 키우고 있다. AFP통신은 비자 없이 입국하는 해외 순례객의 상당수가 사우디 당국이 제공하는 냉방 시설에 접근할 수 없어 온열 질환에 특히 취약하다고 우려했다.
당국은 순례객들에게 물을 많이 마시고 한낮에는 햇빛 노출을 피하라는 원론적인 권고만 내놨다. 문제는 하지 의식의 상당 부분이 대낮에 야외에서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메카 곳곳에서는 순례객들이 몸을 식히려 머리에 물을 붓고 자원 봉사자들이 시원한 음료와 초콜릿을 나눠주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쓰러진 순례객이 너무 많아서 구급 인력 또한 부족한 상황이다. 당국은 16일 온열 질환을 앓는 순례객 2000여 명을 치료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쓰러졌는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는 이슬람교에서 가장 성스러운 종교의식이다. 모든 무슬림이 살면서 행해야 하는 5대 의무 즉 기도, 신앙고백, 단식, 자선, 성지순례 중 가장 중요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이슬람력으로는 매년 12월 7∼12일에 치러치며 양력 날짜는 해마다 바뀐다. 올해는 이달 14~19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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