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바쁘다. 학교를 마치면 열에 여덟아홉은 ‘학원순례’가 필수. 놀 시간이 부족하다. 잠자리에서 스마트 폰을 쉽게 놓지 못하는 이유다. 결과는 수면 부족. 한창 성장해야 할 나이. 부족한 잠은 여러 부작용을 낳는다.
수면 시간이 부족한 어린이와 청소년은 고혈압 발병 위험이 높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 학술지 ‘소아과학’(Pediatrics)에 19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500명 이상의 어린이 및 19세 이하 청소년 고혈압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권장 수면시간보다 짧은 수면시간이 고혈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2세~19세의 자국 청소년 7명 중 1명이 고혈압인 것으로 추산한다.
NBC뉴스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짧은 수면시간이 고혈압을 유발한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못 하지만 어린 환자의 고혈압 원인을 파악할 때 수면시간을 비중 있게 고려해야 한다고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페렐만 의과대학 조교수이자 이 연구의 주 저자인 에이미 코건 교수가 말했다.
“우리는 보통 식단, 운동과 같은 것들에 초점을 맞춘다. 수면시간은 고혈압 증세가 있는 어린 아이를 둔 부모가 생각해 볼 수 있는 또 다른 요소이다”라고 코건 교수는 말했다.
미국 심장협회에 따르면 어린이와 청소년의 고혈압 주요 위험 요소는 과체중, 신체 활동 부족, 그리고 불량한 식단이다. 수면시간은 큰 고련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CDC에 따르면 미국 중학생의 60%와 고등학생의 70% 이상이 수면 부족 상태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성가족부의 ‘2024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의 평균 수면 시간은 주중 8시간 12분, 주말 9시간 11분이다. 연령별로는 9세~12세 청소년이 9시간 7분, 13~18세가 7시간 54분이었다.
세계 보건기구(WHO)의 권장 수면 시간은 6세 이하 10시간~13시간, 6세부터 12세 9시간~12시간, 13세부터 18세 8시간~10시간, 18세 이상 성인 7~9시간이다.
마운트 시나이 크라비스 어린이 심장 센터의 심장 전문의 배리 러브 박사는 “어려서부터 혈압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왜냐하면 고혈압 병력이 오래 될수록 심장병 발병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그는 “고혈압이 관상동맥 질환과 뇌졸중 조기 발병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필라델피아 어린이 병원 소속인 코건 교수와 동료들은 평균 나이 14.6세인 이 병원 어린 고혈압 환자 539명의 의료 기록을 분석했다. 이들은 아이들이 권장 수면시간에서 멀어질수록 낮 동안 고혈압을 경험할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늦게 잠자리에 드는 것도 고혈압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아이들의 나이, 성별, 체질량지수(BMI) 범주와 무관하게 일관된 경향을 보였다. 잠을 너무 길게 자는 것도 혈압 문제와 관련이 있었다. 혈압은 수면 중에 보통 10% 정도 떨어지지만, 권장 수면시간보다 더 오래 잠을 잘 경우에는 혈압이 떨어질 가능성이 낮았다.
코건 교수는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를 아이들의 수면을 방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내려놓기 어렵고 자극적이기 때문이란다.
코건 교수는 아이들의 침실에 스마트폰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TV 등 다른 전자기기도 두지 말아야 한다고 부모들에게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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