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면 피할 수 없는 숙명인 폐경. 이를 늦춰 더욱 건강하게 장수 할 수 있는 길을 개척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장수와 여성 건강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여성의 생식 체계가 단순한 생식 기관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난소는 여성 건강의 거의 모든 측면과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난소는 여성이 중년에 들어서면 주요 기능을 중단한다. 폐경은 여성의 심장·뇌와 같은 다른 기관계의 노화와 쇠퇴를 가속화 한다. 평균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더 오래 살지만, 더 많은 질병이나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시간도 더 길다
“난소는 언젠가는 제 역할을 못할 것이라고 당연히 받아들이는 유일한 기관이다. 사실 우리가 그것을 그냥 받아들인다는 것이 꽤 놀라운 일이다”라고 백악관이 설립한 미국 의료고등연구계획국(ARPA-H)의 수장 르네 웨그진(Renee Wegrzyn) 국장이 말했다. ARPA-H는 1억 달러(약 1387억 원) 규모의 여성 건강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연구자들은 수명이 짧은 난소의 기능을 연장해 다른 기관의 수명과 비슷하게 맞추면 여성의 건강과 장수를 향상 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노화 과정에서 난소 기능을 고려하지 않으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된다”라고 벅 노화연구소(Buck Institute for Research on Aging) 제니퍼 개리슨 교수가 말했다. 난소는 여성의 몸에서 신호를 주고받는 복잡한 네트워크의 통제 센터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그는 부연했다.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같은 호르몬과 다른 화학물질을 통해 난소는 거의 모든 다른 기관과 소통하며 영향을 미친다. 과학자들은 아직 난소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하는지 모르지만 난소가 기능을 멈추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은 안다. 예를 들어 젊은 여성의 경우 다낭성 난소 증후군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대사 장애, 심장 질환, 정신 건강 문제 등 다양한 위험을 키운다.
북미폐경학회 의료 책임자인 스테파니 포비온 박사에 따르면 여성의 난자가 고갈되어 폐경에 이르면, 난소의 화학적 소통이 잠잠해 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치매, 심혈관 질환, 골다공증 및 기타 노화 관련 질병의 위험 증가와 일치한다. 여성이 이 생애 단계(폐경기)에 일찍 접어들수록 이러한 질병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수명이 짧아질 확률이 높다. 난소를 외과적으로 제거하여 조기 폐경에 들어가는 여성의 경우, 만성 질환에 대한 위험이 더욱 커진다. 이는 난소가 폐경 이후 난자 배출을 멈춘 후에도 여성의 전반적인 건강에 어느 정도 보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금까지 파악한 것은 이러한 연관성이 상관관계일 뿐이라는 점이다. 난소 자체가 노화 과정에서 건강을 주도하는 것인지, 아니면 노화를 가속화하는 다른 무언가가 난소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것인지 아직 모른다고 포비온 박사는 말했다.
연구에 따르면 흡연, 체질량 지수(BMI), 생애 동안의 스트레스 요인 등 여러 문제가 조기 폐경과 관련 있다. 유전적인 요인도 있다.
난소 기능을 연장하면 건강이 개선되고 수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증거가 동물 실험에서 주로 나왔다. 예를 들어 젊은 쥐의 난소를 나이 든 쥐에 이식하면 나이 든 쥐의 수명이 연장된다.
이제 과학자들은 인간의 난소 기능을 연장하고 폐경의 시작을 늦추는 다양한 방법을 실험하고 있다.
각 생리주기에 성숙하는 난포 수를 조절,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난소 수를 줄임으로써 더 길게 난소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진 듯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유형의 연구 목표가 여성의 생리 기간을 무기한으로 연장하거나 70세에 임신이 가능하게 하려는 게 아니라고 명확히 했다.
“난소가 조기에 노화하는 이유와 그 원인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이는 신체의 나머지 부분의 노화에 관해 중요한 무언가를 우리에게 확실히 알려 줄 것이다. 그것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중요해 진다”라고 장수연구소의 개리슨 교수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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