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신약 ‘엔블로’ 출시 1년… ‘포시가’ 대체할 구원투수로 주목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26일 03시 00분


포시가’ 8월 한국 공급 중단 선언에
국산 치료제 ‘엔블로’에 관심 집중
동일 계열 약제 대비 더 적은 양으로
혈당 내리는 효과 보여 대안 제시


예고 없이 찾아온 불볕더위로 지치는 6월, 당뇨인의 시름이 깊다. 여름은 당뇨인에게 ‘위기의 계절’이다. 땀으로 수분이 많이 빠져나가는 데다 운동도 힘든 상황이라 혈당 조절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글로벌 첫 SGLT-2 억제제 포시가… 한국 시장 떠나

안 그래도 힘겨운 여름의 초입, 국내 당뇨인의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글로벌 대표 당뇨병 약의 철수다. 일명 살 빠지는 당뇨병 약으로 유명했던 ‘포시가’가 한국 출시 10년 만에 올해 8월 공급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포시가는 당과 나트륨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최초의 SGLT-2 억제제다. 일명 퍼스트 인 클래스(혁신 신약)다. 10년 전 한국에 들어온 이후 국내 환자들에게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로는 가장 많이 처방돼 온 대중적인 약제다.

포시가뿐만이 아니다. 동일 계열의 타 다국적 제약사 품목도 연이어 철수를 선언하며 올해만 세 품목이 국내 당뇨병 환자에게 안녕을 고했다.

다국적 제약사의 일방적인 철수 결정으로 환자가 기존에 복용했던 약제를 변경해야 하는 시간이 성큼 다가온 셈이다. 만성질환인 당뇨병은 안정적으로 약물치료를 이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들의 불안감이 깊어가는 이유다.


엔블로 복용해도 혈당 잘 내려가고 안전해


당뇨병 치료 위기 속에서 환자들에게 기회의 변곡점이 찾아왔다. 국산 당뇨병 신약 ‘엔블로(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가 포시가 대체 치료 옵션의 처방 근거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엔블로는 대웅제약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SGLT-2 억제제 계열 신약으로 해외에서 SGLT-2 억제제가 처음 개발된 이후 10여 년 만에 탄생한 국산 당뇨병 치료제다. 차별화된 구조를 기반으로 SGLT-2 단백질과 더 오래 결합하는 엔블로는 동일 계열 약제 대비 30분의 1 수준인 0.3㎎의 적은 양으로도 강력한 혈당 강하 효과를 보인다.

엔블로는 포시가-엔블로 스위칭 연구를 통해 기존 SGLT-2 억제제 계열 약제인 포시가 대비 추가적인 당 배출 효과 및 안전성을 입증했다. 8월 포시가의 국내 공급 중단이 예정된 가운데 이번 연구를 통해 엔블로는 포시가를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국산 당뇨 치료 옵션으로서 처방 근거를 마련하게 됐다.

해당 연구는 포시가를 복용하던 환자에게 엔블로를 처방했을 때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진행됐다. 포시가-엔블로 스위칭 연구는 메트포르민을 병용 투약하는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52주간 엔블로를 투약한 환자군과 24주간 포시가를 복용한 후 엔블로로 약제를 변경해 복용한 환자군의 당화혈색소(HbA1c), 공복 혈당(FPG), 소변 내 포도당 배출량 및 인슐린 저항성 지표 등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 엔블로만 복용한 환자군은 당화혈색소가 0.85%, 공복혈당은 29.08mg/dl 감소했으며 포시가에서 엔블로로 전환된 군은 당화혈색소와 공복 혈당이 각각 0.81%, 32.7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24주간 엔블로와 포시가를 투약한 환자군에서의 소변 내 포도당 배출량은 각각 56.34g/g과 40.70g/g으로 엔블로가 유의하게 높은 수준으로 확인됐으며 이후 포시가에서 엔블로로 전환된 군에서는 소변 내 포도당 배출량이 63.77g/g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해 엔블로 유지군과 유사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패턴은 인슐린 저항성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또한 안전성 결과에서는 두 군 간의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증 신장애 동반 당뇨병 환자 대상 우월한 효과


엔블로는 경증 신(腎)장애 기능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포시가보다 우월한 효능 효과를 입증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엔블로는 포시가보다 공복 혈당을 더 많이 낮췄고 우월한 차이를 통계적으로 입증했다. 엔블로를 복용한 환자는 공복 혈당이 6주 차에 26.65㎎/㎗, 24주 차에 28.54㎎/㎗ 떨어졌다. 반면 포시가는 공복 혈당을 6주 차에 21.54㎎/㎗, 24주 차에 23.52㎎/㎗ 낮추는 데 그쳤다.

또 엔블로를 복용한 환자들은 6주 차부터 당화혈색소가 0.76%포인트 떨어졌고, 24주 차에는 0.94%포인트까지 떨어졌다. 24주 만에 당화혈색소가 무려 1%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바 있다. 반면 포시가는 6주 차에 0.66%포인트, 24주 차에 0.77%포인트 낮추는 데 그쳤다. 동일 기간 기준 약 0.1%포인트 이상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소변 내 포도당 배출량은 24주 기간 동안 엔블로를 복용한 환자들과 포시가를 복용한 환자군에서 각각 55.06g/g, 41.95g/g으로 엔블로 복용군에서 유의미하게 높은 수준을 나타냈으며 인슐린 저항성 역시 엔블로 복용군에서 포시가 복용군 대비 유의하게 개선된 결과를 보였다.

이제 처방 1년 차를 맞은 국산 당뇨병 신약 엔블로는 추가 적응증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중등증 만성 신장질환을 동반한 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엔블로의 혈당 강하 효과 입증을 위한 3상 임상시험 계획을 신청했다.

당뇨병이 오래 지속돼 높은 혈당이 이어지면 신장의 미세 혈관이 손상되고 사구체 기능이 저하된다. 사구체 여과율 감소는 인슐린 저항성 증가로 이어져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중등증 신기능 장애를 동반한 당뇨병 환자는 일반 당뇨병 환자보다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SGLT-2 억제제 계열의 혈당 강하 효과는 사구체 여과율에 의존적인데 엔블로는 SGLT-2 억제제 수용체에 강력하게 결합하는 구조적 특성으로 신장 기능 저하 환자에서도 비교적 높은 요중 포도당 배설을 나타내며 이를 통해 우수한 혈당 조절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SGLT-2 억제제 계열의 약물은 인슐린 비의존적으로 작용하며 신장 보호 기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향후 엔블로가 중등증 신기능 장애를 동반한 2형 당뇨병 환자에서의 효과를 입증한다면 당뇨병 환자에서의 또 하나의 새로운 치료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헬스동아#건강#의학#엔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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