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적정 음주량’에 대한 논쟁이 촉발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 미(美) 보건복지부(HHS)와 농무부(USDA)가 30여 년 동안 권장해온 음주량은 ‘남성은 하루 두 잔 이하, 여성은 한 잔 이하’였는데, 미 정부가 이를 줄이려는 시도에 나서면서다. 최근 각종 연구에서 사실상 ‘알코올 섭취 자체가 안전치 않다’는 결과를 내놓은 것이 영향을 끼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미 정부가 5년마다 발간되는 ‘미국인을 위한 식생활 지침’의 내년 개정판 발간 때 적정 음주량을 줄이기 위한 검토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정부기관과 주류업계 사이에서 ‘술을 둘러싼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개정판 검토를 맡은 HHS 패널 총 6명 중 3명은 ‘어떤 양의 알코올도 (신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원들이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6개국에서 술을 적게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알코올이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에 근거해 ‘어떤 양의 알코올도 안전하지 않다’고 밝혔다.
사실 2020년 개정 때 이미 ‘남성과 여성 모두 하루에 한 잔 이상 마시지 말아야 한다’는 패널 의견이 제시된 바 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됐다.
주류업계의 반발은 상당한 상태다. 가뜩이나 젊은 세대가 건강 문제로 인해 술을 멀리하고 있어 ‘일일 대마초 사용자’가 ‘음주자’를 앞지르는 상황까지 왔는데, 정부 차원에서 술을 덜 마시도록 유도하는 것이 업계에 큰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류업계는 이에 수백만 달러를 들여 의원들에게 로비 활동에 나섰다. 의원들은 HHS와 USDA에 적정 음주량과 관련해 추가 정보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초당파 의원 모임인 ‘버번 코커스’ 공동 의장인 앤디 바 의원은 “우리는 실제 과학에 근거하지 않은 이들 기관의 자의적 결정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모임은 버번 위스키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는 켄터키주 출신 의원이 2009년 설립해 현재 약 40명의 회원을 보유 중이다.
주류업계는 ‘적당히 술을 마시는 사람이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더 오래, 과음하는 사람보다는 훨씬 더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연구원들은 이에 대해 “비음주자 그룹에 과거에는 과음을 했다가 지금은 질병 등의 이유로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포함된 연구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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