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틱톡-X 등 활용해 시위 주도
증세 법안 통과되자 의회 난입
대통령 “반역적 폭력시위 막겠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생필품은 물론이고 전화 및 인터넷 사용료, 은행 송금 수수료까지 일제히 올리는 증세 법안이 통과되면서 25일 성난 군중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의회에 난입했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경찰의 실탄 발포로 최소 22명이 죽고, 100명 이상이 다쳤다. 케냐는 아프리카에서 비교적 정치적으로 안정된 국가이지만, Z세대가 소셜미디어로 주도한 이번 움직임은 폭발력을 키우며 반정부 시위로 격화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AFP 등에 따르면 이날 케냐 의회에서 증세 법안 통과를 앞두고 틱톡, X(옛 트위터) 등에선 ‘증세 반대’ ‘의회 점령’ ‘대통령 퇴진’ 등의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확산됐다. 일부 젊은층은 학교 수업을 빠진 채 시위에 참여했고, 시위 진행 과정 등을 촬영해 실시간으로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참여를 독려했다.
이번 시위의 도화선은 5월 정부가 막대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제출한 ‘재정 법안 2024’였다. 세입을 늘리기 위해 총 27억 달러(약 3조7500억 원)의 세금을 더 거두는 법안이 결국 통과되자 분노한 이들은 의회에 난입했고, 건물에서 화재도 발생했다. 케냐 인권단체는 시위대 2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현지 의료기관 관계자는 AFP에 “160명을 치료 중”이라고 말했다. 법안 표결을 마친 의원들은 급히 피신했다.
AFP에 따르면 일부 케냐 정부 관계자들은 시위 초반인 약 2주 전 “쿨한 아이들(cool kids)”이 참여하는 “멍청한 시위”라며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윌리엄 루토 대통령도 23일 “청년들이 자랑스럽다. 대화할 준비가 됐다”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틀 만인 25일 대국민 연설에서 시위를 ‘반역’으로 규정하며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폭력의 재발을 막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번 사태 발발 하루 전인 24일 케냐를 ‘비(非)나토 동맹국’으로 지정했다. 케냐를 발판 삼아 중국과 러시아의 세 확장을 견제하려는 취지다. NYT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리카 구상에 타격을 입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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