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비타민 보충제는 ‘국민 영양제’로 통한다. 질병관리청이 2022년 발표한 식이 보충제 복용 현황(2020년 기준)에 따르면 우리 국민 44.9%가 비타민제를 먹는다.
꼬박꼬박 챙겨먹는 종합 비타민제는 건강과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될까.
실망스러운 소식이다.
미 국립 암 연구소(NCI)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종합 비타민제는 수명 연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연구원들은 “수명 연장을 위해 종합 비타민제를 복용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 의학협회 저널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26일(현지시각) 게재된 이번 연구를 위해 NCI의 에리카 로프트필드 박사와 동료들은 미국 성인 약 40만 명의 20여 년간 데이터를 분석했다. 조사 대상자의 중간 나이(모든 참가자를 연령순으로 나열할 때 정 중앙에 있는 사람의 나이. 평균 나이와는 다른 개념)는 61.5세, 만성 질환 병력이 없는 대체로 건강한 사람들이었다.
연구 결과, 매일 종합 비타민제를 섭취해도 심장병이나 암과 같은 다른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아무런 증거도 발견하지 못 했다.
연구기간 동안 초기 참가자 39만여 명 중 약 16만 5000명이 사망했다. 그런데 매일 종합 비타민제를 섭취한 건강한 사람들은 비타민을 먹지 않은 사람들보다 연구기간 동안 사망할 확률이 되레 4% 더 높았다. 이 더 높은 사망 위험은 종합 비타민이 초래할 수 있는 해로움을 반영하거나, 사람들이 심각한 질병이 발생했을 때 종합 비타민제를 복용하기 시작하는 경향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짚었다.
연구자들은 비타민·미네랄 같은 영양 보충제의 유행에 동참해 “돈을 낭비하지 마시라”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 연구는 기존에 비타민 결핍증이 있는 사람들의 데이터를 따로 분석하지는 않았다.
논문과 함께 게재된 비평(논문 검토)의 공동 저자인 조지 워싱턴 대학교 의대 교수 닐 바나드 박사는 비타민이 특정 경우에는 유용하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선원들은 비타민 C로 괴혈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베타카로틴, 비타민 C와 E, 그리고 아연은 시력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노화 관련 황반변성을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한 연구에 따르면 종합 비타민이 노인의 인지 저하를 늦출 수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지만,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종합 비타민제는 과대 광고되고 실제로는 효과가 적다”고 바나드 박사는 말했다. “중요한 점은 종합 비타민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미국의 예방의학 전문가인 제이드 A.코번 박사도 “이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일반적으로 종합 비타민이 여러분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이라며 “많은 종합 비타민제가 비싸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이 피할 수 있는 지출”이라고 ABC뉴스에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비타민을 포함해 필요한 영양 성분을 식단에서 섭취하라고 입을 모은다. 코번 박사는 채소와 통 곡물 또는 콩류 섭취를 늘리고, 붉은 고기 소비를 줄이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나드 박사 역시 종합 비타민제 대신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한 음식은 광범위한 미량 영양소, 다량 영양소 및 섬유질을 제공하며, 포화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제한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다만 음식에서 얻기 어려운 중요 영양소는 보충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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