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에서 지난 2019년 반정부 시위에 이어 5년 만에 또 다시 쿠데타가 발생한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후안 호세 수니가 볼리비아 총사령관이 이끄는 군대는 26일(현지시간) 장갑차와 탱크 등을 동원해 쿠데타를 시도했다. 그는 대통령궁(정부청사)까지 진입해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과 대면하기도 했으나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면서 쿠데타는 시도한 지 3시간 만에 실패로 돌아갔다.
수니가 총사령관은 쿠데타를 일으킨 이유로 연료 고갈과 외환보유고 감소 등 경기 침체와 소규모 엘리트의 오랜 집권,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4선 도전 등을 언급했다.
그는 “가스 수출이 고갈되면서 중앙은행 외환보유고가 고갈되고 볼리비아 화폐에 대한 압박이 커지는 등 경기 침체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며 “군은 민주주의를 재건하고 30~40년 동안 똑같은 소수 인사들에 의해 돌아가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진정한 민주주의를 만들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최근 “모랄레스는 다시 대통령이 될 수 없다”며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출마시 체포하겠다고 말해 보직 해제되기도 했다.
그러나 수니가 총사령관은 아르세 대통령이 직접 발탁한 인물이라는 점과 쿠데타가 너무 쉽게 진화됐다는 점에서 아르세 대통령의 내년 연임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현 아르세 대통령은 모랄레스 전 대통령 정부 하에서 경제부 장관을 역임한 인물이다. 지난 2019년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4선 연임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부정 선거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촉발돼 자리에서 물러난 후 취임했다. 취임 당시에는 55%가 넘는 지지율로 지지 기반이 확실했으나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인해 현재는 지지율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 3월 기준 아르세 대통령의 지지율은 38%에 그치고 있다.
아울러 지난 2022년 유력 야권 지도자인 루이스 페르난도 카마초 제1야당 대표이자 산타크루스 주지사가 총파업을 주도한 혐의 등으로 체포되면서 사회적 반발이 커진 가운데 모랄레스 전 대통령도 대선 출마 계획을 세우면서 아르세 대통령의 경쟁자로 등장해 연임으로 가는 길이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수니가 총사령관은 이날 경찰에 연행되면서 취재진에게 “대통령이 상황이 매우 어려우니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며 쿠데타 시도가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반 리마 볼리비아 법무부 장관은 수니가 총사령관의 주장에 대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거짓말”이라고 부인하며 “정의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리마 장관은 소셜 플랫폼 X를 통해 “검찰은 민주주의와 헌법을 공격한 수니가에게 최고 징역 15~20년형을 구형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니가 총사령관의 주장의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쿠데타 시도는 아르세 대통령에겐 호재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위기다. 쿠데타를 조기에 진압하는 모습을 통해 강인한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이유에서다. 시민들도 이날 쿠데타 시도가 진행될 때 거리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날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아르세 대통령은 대통령 궁에서 수니가 사령관과 대면해 “나는 당신의 지휘관이다. 병력을 데리고 철수할 것을 명령한다. 나는 이런 불복종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쿠데타 세력의 회군을 볼리비아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환영했고, 곧바로 시민들을 대상으로 연설에 나섰다. 아르세 대통령은 “볼리비아 국민들에게 감사드린다”며 “민주주의 만세”라고 외쳐 시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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