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 헝가리 내달부터 EU 의장국… 우크라 지원 ‘빨간불’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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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EU가입 협상도 제동 우려


친(親)러시아 성향인 헝가리가 다음 달부터 유럽연합(EU) 의사결정의 방향키를 쥐게 돼 주목받고 있다. 유럽 전역에서 극우 세력이 득세하는 가운데 헝가리가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고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 EU의 하반기 활동에 제약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EU의 주요 정책결정기구 중 하나인 EU 이사회는 27개 회원국이 6개월마다 번갈아가며 의장직을 맡는다. 의장국은 회의를 주재해 의제를 설정하고 협상을 주도하는 역할을 한다. 헝가리가 의장직에 오른 건 2011년 상반기 이후 두 번째다.

헝가리는 2010년 ‘동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성향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재집권한 뒤 강력한 반(反)이민 정책과 러시아·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와의 밀착으로 다른 EU 회원국과 갈등을 빚어 왔다.

특히 헝가리는 러시아 제재에 반대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안에 홀로 거부권을 행사해 번번이 ‘만장일치 통과’가 필요한 EU 이사회의 발목을 잡았다. 영국 가디언은 “오르반은 유럽의 ‘우익 약진’을 상징하는 인물”이라며 “유럽 의회에서 극우와 우익 세력이 연합을 꾀하고 있어 그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 25일 시작된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협상부터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헝가리는 18일 의장국 활동 계획 발표에서 ‘유럽을 다시 위대하게(Make Europe Great Again)’란 구호를 내세웠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와 판박이다. EU 외교 방향에 대해서도 “헝가리와 유럽의 이익을 핵심에 둔 실용적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에 대해 “트럼프에게 영감을 받은 EU 의장국에 대비해서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헝가리의 ‘몽니’가 제한적일 거란 의견도 있다. 의장국 임기가 6개월밖에 되지 않는 데다 회원국과 유럽 의회의 승인 없이는 입법안이 통과될 수 없기 때문이다. 독일 공영매체 도이체빌레(DW)는 “슬로건 등으로 ‘트롤링(의도적인 방해)’을 하겠지만, 그 미끼를 물지 않도록 자제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고 짚었다.

#헝가리#eu 의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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