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TV토론 직후, 토론 주최이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앙숙인 미 CNN 방송이 익명의 민주당 의원을 인용해 전한 한마디는 이날 토론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준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언론들조차 “이런 식이면 바이든은 계속 갈 수 없다”(뉴욕타임스·NYT), “바이든의 헛발질로 패닉(full panic mode)에 빠진 민주당”(정치전문매체 더힐) 등 낙담 어린 반응을 쏟아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보좌관을 지낸 CNN 정치평론가 밴 존스는 “보기에 고통스러웠다(painful to watch)”며 “나는 바이든을 위해 일했지만, 그는 전혀 잘하지 못했다”며 답답해했다.
그간 고령 리스크로 불거진 대선 후보 교체론을 금기시해 왔던 민주당 내부에서도 “재앙(disaster)” “악몽(nightmare)”이란 반응과 함께 교체론이 고개를 들고 있어 후폭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 “민주당 대선 후보 바뀔 수 있다”
이날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 인근 조지아공대 경기장에서 현장 취재 인터뷰를 위해 설치된 ‘스핀룸(Spin room)’은 토론 직후 민주당과 공화당의 온도 차를 여실히 보여줬다. 토론이 끝난 지 25분가량 지나서야 자리에 선 민주당 인사들은 ‘바이든 지지’를 천명하면서도 곤혹스러운 모습이었다.
래피얼 워녹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발언은 거짓으로 가득했다”고 비판했으며,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모가 드러났다”며 상대 비난에만 집중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출마 포기를 촉구할 것이냐’는 질문이 쏟아지자, 뉴섬 주지사는 “절대 등 돌리지 않을 것”이라고만 했다.
CNN이 토론 직후 승리한 후보를 묻는 여론조사에서도 67%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겼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겼다는 답변은 33%였다. 토론 전 진행한 조사에서 각각 55%와 45%였으나 차이가 확 벌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향후 지지율 추이에 따라 후보 교체론이 본격화될 수 있단 관측이 제기됐다. 2020년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 참여했던 앤드루 양은 소셜미디어에 “민주당은 더 늦기 전에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도 X(옛 트위터)에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썼다.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 측 요청으로 후보별 발언시간을 2분으로 제한하도록 한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분석도 나왔다. 해당 규칙 탓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호전적 스타일 대신 차분하고 신중함을 유지해 바이든 대통령의 컨디션 난조가 더욱 부각됐다는 것이다.
● “트럼프, 로켓 추진기 달았다”
어두운 표정 일색이던 민주당과 달리 공화당 주요 인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스핀룸에 나타난 트럼프 전 대통령 대선 캠프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인 크리스 라치비타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로켓 추진기를 달아준 격”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거친 목소리와 질서정연하지 못한 언변으로 최악의 토론으로 일관했다”고 평했다.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고문도 “바이든 대통령은 분명 오늘 최악이었다”며 “재선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단정했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 대선 캠프를 지휘했던 코리 레반도프스키 역시 “오늘 토론은 바이든 대통령이 90분간 서 있을 수 있느냐가 문제가 아니었다”며 “바이든은 자신의 업적을 방어해야 했지만 분명히 실패했다”고 했다.
공화당 중진들은 이번 토론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이상설이 재확산되며 미 안보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도 내놨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착잡한 표정으로 “정치적 견해차는 있지만 나는 바이든 대통령을 좋아한다”며 “하지만 오늘 토론을 보고 불량국가들이 입맛을 다시고 있을 것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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