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을 쬐면 기분이 좋아진다. 태양광의 자외선이 스트레스를 낮추고 기분을 좋게 하는 ‘기쁨 호르몬’ 엔도르핀 생성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자외선은 또한 피부의 비타민 D 생성을 이끈다. 그리고 햇빛은 생체리듬의 기준이다. 아침 햇살을 보면 우리 몸은 낮이 됐음을 인식하고 그에 맞춰 수면-각성 주기를 조정한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여름철 피부 보호를 위해 매일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게 옳은 일일까. 자외선을 차단함으로써 이 같은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것 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뉴포트 비치에 있는 호그 기념 병원 장로회(The Hoag Memorial Hospital Presbyterian)의 피부종양·피부과 책임자인 스티븐 왕 박사는 “이것이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는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인데, 비타민 D를 얻지 못할까 봐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2일(현지시각)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실제 미국 성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11%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이 직사광선에 노출되는 것보다 더 해롭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른 설문조사에서는 15%가 햇빛 노출만이 비타민 D를 섭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자외선 차단제는 피부암을 예방할 수 있는 최고의 방패이기도 하다. 태양의 자외선은 피부 세포의 DNA를 손상시키며, 이러한 손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누적될 수 있다. DNA가 스스로 복구할 때마다 암으로 변하는 돌연변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뉴욕 타임스가 자외선 차단제를 매일 사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햇빛의 잠재적 이점이 위험보다 더 큰지 피부과 전문의 9명에게 물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9명 모두 무방비 상태로 햇빛에 노출 될 때 안전한 빛의 양은 없으며, SPF 30 이상의 광범위 자외선 차단제를 매일 사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자외선 차단제가 기분을 좋게 하는 햇빛의 효능을 차단할까?
존스 홉킨스 대학교 의과대학의 피부과 부교수인 엘리자베스 리처드 박사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매일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더라도 태양의 가시광선(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으로 인해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 가시광선은 자외선처럼 DNA 손상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기분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는 뇌의 화학 물질인 세로토닌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라이트 박스(Light box)를 사용하면 일조량이 줄어드는 가을과 겨울에 나타나는 계절성 정서장애(계절성 우울증)의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이유라고 뉴욕 대학교의 피부과 교수인 데보라 사르노프 박사가 말했다. 라이트 박스는 일반 가정 조명보다 25배 밝은 1만 룩스의 빛을 쬘 수 있게 만든 기구다. 아주 강한 빛을 일정기간 규칙적으로 쬐면 멜라토닌 분비량이 늘어 우울증 증상이 완화된다.
리처드 박사는 자외선 차단제가 햇빛 흡수를 방해해 엔도르핀이 부족할까 걱정된다면 활동량을 늘려 보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책이 됐든, 나들이가 됐든 밖에 나가 활동하면 자외선 차단제를 두껍게 발라도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왕 박사도 “사람들은 햇빛 아래 있을 때 더 행복해진다”라고 동의했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면 수면 주기가 흐트러질까?
잠질 시간을 알려주는 우리 몸의 생체시계는 햇빛에 의존한다. 해가 지면 우리 몸은 멜라토닌 호르몬을 분비하여 수면을 촉진한다. 해가 뜨면 그 반대의 작용으로 잠을 깨우게 된다.
리처드 박사는 자외선 차단 여부에 상관없이 햇빛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는 피부가 아닌 눈을 통해 이러한 이점을 얻는다”며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선글라스를 착용하더라도 햇빛이 생체리듬을 촉진하는 이점을 얻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빛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매일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면 비타민 D 생성량이 부족하지 않을까.
UCLA 의대의 내과 전문의 로버트 애슐리 박사에 따르면 우리 몸은 칼슘을 흡수하고 골다공증과 같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비타민 D가 필요하다. 비타민 D는 자외선을 받은 피부에서 자연 생성된다. 하지만 식단을 통해서도 비타민 D를 얻을 수 있다고 애슐리 박사는 말했다. 연어, 참치, 고등어와 같은 지방이 많은 생선과 우유, 그리고 시리얼처럼 비타민 D를 제조과정에서 첨가한 제품도 있다.
사르노프 박사는 매일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필요한 비타민 D를 만들기에 충분한 자외선 노출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이 피부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정도의 자외선 차단제를 빈도에 맞게 바르지 않기 때문이다.
사르노프 박사는 “아무리 자외선 차단제를 두껍게 바르고 2시간마다 덧발라도 자외선이 조금은 통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하는 이유는 피부암 때문이다.
“피부암의 위험은 비타민 D 결핍의 위험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라고 왕 박사는 지적했다. 피부를 자외선에 노출하는 것은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피부과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