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셔병환자 6명 암브록솔성분 복용 10년간 추적관찰
"신경학적 증상 초기 경미하면 9년후 발작 증상 소멸"
감기약으로 흔히 쓰이는 암브록솔 성분이 발작 등 신경학적 증상이 있는 고셔병 환자의 호전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0만 명에 1명꼴로 발생하는 고셔병은 체내 세포의 특정 효소(글루코세레브로시다제·glucocerebrosidase)가 유전적 문제로 결핍돼 해당 효소가 분해하는 당지질을 정상인만큼 분해하지 못하는 희귀질환이다. 결국 당지질이 체내 세포 내 축적돼 골수에 영향을 미쳐 뼈 통증과 괴사가 생길 수 있고 간, 비장, 림프절 비대가 생길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이범희·황수진 교수팀은 2013년부터 약 10년 동안 고셔병 환자 중 신경학적 증상이 있는 환자 6명을 대상으로 기존 표준 치료법인 효소대체요법과 암브록솔 치료법을 병용한 결과, 최근 신경학적 증상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3일 밝혔다.
특히 초기에 치료를 시작한 환자들은 9년 후부터는 발작 증상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등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6명의 고셔병 환자 중 4명은 신경학적 증상이 상대적으로 약한 증상 초기 환자들이었으며, 2명은 스스로 걷기 힘들 정도로 증상이 진행된 환자였다.
연구 결과 신경학적 증상 초기 환자들의 발작 빈도는 2주에 5번 정도였는데 병용 치료 후 발작 횟수가 조금 증가했다가 5년 후부터 약 2번, 9년 후부터는 발작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학적 증상이 진행된 환자들도 2주에 약 10번 발생하던 발작 증상이 치료 10년 후에는 절반인 5번 정도로 크게 줄어들었다.
연구팀은 환자들의 고셔병 삶의 질 점수(mSST)도 측정했다. 그 결과 신경학적 증상 발생 초기 환자들은 평균 7.5점에서 병용 치료 10년 후 6점으로 낮아졌고, 신경학적 증상이 진행된 환자들은 평균 17점에서 11점으로 낮아졌다. 고셔병 삶의 질 점수는 낮을수록 삶의 질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6명 중 5명의 환자에게서 저요산혈증, 기침 및 가래, 단백뇨 등의 부작용이 있었지만 경미한 수준으로 모든 환자가 큰 문제 없이 회복됐다.
이범희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교수는 “아직 고셔병의 신경학적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약이 개발돼 있지 않다보니 하루에 수십 알의 감기약을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암브록솔 성분의 약으로 고셔병의 신경학적 증상을 큰 부작용 없이 호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장기 연구로 밝혀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 환자의 5% 정도가 고셔병 발생 유전자 보인자라고 알려진 만큼 고셔병과 파킨슨병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에 이번 연구 결과가 바탕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유전적 문제로 체내 세포에 특정 당지질이 축적되는 희귀질환인 고셔병은 다행히 치료제가 개발돼 있다. 하지만 고셔병에 의해 일부 환자들에게서 나타날 수 있다고 알려진 발작, 인지기능 장애 등 신경학적 증상까지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혈액학회지(American Journal of Hematology, IF=10.1)’에 최근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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