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바스찬 “NK 세포와 고분자 복합소재로 암 치료 선택지 넓힐 것”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

  • 동아닷컴
  • 입력 2024년 7월 5일 16시 10분


※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은 ‘Hi! 동국, Hello 중구’라는 문구를 내걸고 청년들에게 ‘창업 기회’를, 지역 주민과 기업들에게 ‘상생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창업 공간과 맞춤형 육성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유망 스타트업도 발굴한다. IT동아는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이 지원하는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한다.

현대인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걱정하는 부분 하나가 암이 아닐지 생각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치료가 어렵고 비용 부담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2023년 9월에 발간한 ‘2022년 사망원인통계 결과’ 자료에도 암은 3대 사망원인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위협적이다. 특히 40세 이상 연령 인구의 발병률이 높았다. 잘못된 식습관, 스트레스, 음주와 흡연 등 발병 요인도 다양하다.

암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좋겠지만, 발병됐을 때 빨리 발병 지점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여러 연구를 통해 치료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다양한 항암 관련 약물이 개발됐고 시장에 도입되는 중이다. 더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찾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김교범 셀바스찬 대표. / 출처=IT동아


셀바스찬은 면역 항암용 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몸 안에서 선천면역을 담당하는 ‘NK(Natural Killer) 세포’와 ‘고분자 복합소재’를 결합해 면역 항암 기능을 극대화하는 게 핵심이다. NK 세포 표면을 항암 약물과 고분자 복합소재로 코팅한 후 혈관에 주입하면 몸 안을 돌며 암세포를 인식하고 공격하는 형태다. 상용화까지 여러 과정이 필요하지만, 향후 암 치료 선택지를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포 유전자에 손대지 않고 항암 효과를 최대한 내고 싶어

김교범 셀바스찬 대표는 동국대학교 화공생물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를 졸업한 이후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생명화학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여러 정부기관 연구과제를 수행했고 2019년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을 통해 고분자 복합소재를 접목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셀바스찬은 2023년 10월에 창업했다. 하지만 그 잠재력을 알아본 동국대학교는 2024년 1월에 대학 기술지주 주식회사의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김교범 대표는 이를 바탕으로 생체재료 기반 세포막 기능성 제어 연구와 향후 사업 역량을 갖출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에 자리를 마련한 것도 비슷한 시기에 이뤄졌다.

그가 카티(CAR-T) 세포를 활용한 치료제를 언급했다. 정상세포가 아닌 암세포만 인식하는 수용체, 키메릭 항원 수용체(Chimeric Antigen Receptor)-T 세포는 최근 혈액암 치료에 적극 쓰이며 주류로 부상 중이다. 환자의 혈액에서 나온 면역세포의 유전자를 변형, 암세포에 특화된 세포로 만들기 때문에 효과는 이전 치료제 대비 뛰어나도 가격이 최대 수억 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 김교범 대표는 다르게 봤다. 세포를 유전적으로 건드리지 않고 소재를 새로 붙여주는 방식으로 동일한 효과를 내는 게 좋겠다 생각한 것이다.

“CAR-T는 현재 상용화된 세포 치료제 중 가장 강력한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이라 불립니다. 그러나 세포를 유전적으로 변형해야 되는 어려운 작업이 동반되거든요. 기술 구현 난이도가 높고 개발이나 생산 비용도 많이 듭니다. 환자 전용으로 만들어야 되거든요. 그런데 저는 세포를 유전적으로 건드리지 않고 고분자 복합소재로 코팅과 항암제를 붙여주는 방식을 통해 동일한 효과를 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셀바스찬은 NK 세포에 고분자 복합소재를 적용, 항암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 출처=셀바스찬


김교범 대표는 T 세포가 아닌 NK 세포에 주목했다. NK 세포는 우리 몸 안에 있고 선천적으로 정상 세포와 비정상 세포를 구분해 공격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암이 일정 수준 이상 커지면 면역 기능이 잘 듣지 않기에 치료제는 NK 세포의 기능을 더 강화하고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접근 중이라고 말했다. 기존 배양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NK 세포에 적용하므로 생산 과정에서 환자의 혈액이 필요 없다는 부분이 장점이다.

CAR-T 세포 치료제는 현재 백혈병에만 쓰이고 있다는 점도 NK 세포 기반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된 이유다. 고형암을 치료할 수 있는 CAR-T 세포 치료제는 아직 임상실험 단계로 사용 허가 및 상용화된 게 없기 때문이다. 김교범 대표는 NK 세포로 동일한 혹은 그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으며 고형암을 겨냥한 구조가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동물실험(전임상시험) 단계에서 3중 음성 유방암과 췌장암 등 효과를 검증하기도 했다. 이어 빠른 시일 내에 비임상 실험 및 독성 실험 등을 거치며 충분한 데이터를 수집한 후 다음 단계를 밟아 나간다는 계획이다.

레고처럼 필요한 기능을 연결한 고분자 복합소재로 효율을 높이다

“NK 세포를 둘러싼 코팅막에 약물 전달에 필요한 소재와 항암치료제 등을 연결합니다. 마치 레고 블록처럼 말이죠. 하지만 막상 개발해 보니까 이게 세밀한 제어가 필요한 작업이더라고요. 개발 초기에는 이 부분을 구현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습니다.”

김교범 대표는 NK 세포 표면을 코팅하고 그 위에 전달 물질이 코팅막에 잘 붙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코팅막이 치료를 위한 하나의 플랫폼이 되는 셈. 그는 ‘인게이저(Engager)’라고 설명했다. 플랫폼 위에 치료제와 여러 물질을 레고 블록처럼 조립하는 것이다. 여러 소재를 조합하니 자연스럽게 고분자 형태가 되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독성 여부다. NK 세포를 이용하지만, 그 위에 코팅과 치료 물질을 연결한다. 약물이나 다른 물질이 체내에 작용하면서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은 아닐까 궁금했다.

셀바스찬은 비임상 실험과 독성, 기능성 평가 등을 거치며 상품화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 출처=셀바스찬


“학회에서 발표하면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세포에 고분자 소재를 만들어 붙이는 작업을 하니 몸 안에 들어갔을 때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 외에 독성이 있을까 하는 것이죠. 우리가 사용하는 각각의 모듈은 생체에 적합하거나 체내에 존재하는 것을 씁니다. 동물 실험에서도 독성 문제는 확인이 됐습니다. 다만 몸 안에 들어갔을 때 코팅막에 붙은 소재가 오래 고정되지 않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어요. 이는 꾸준히 연구개발해 극복하고 싶습니다.”

NK 세포에 고분자 소재로 코팅한 치료제가 제 역할을 하는 시간은 약 3일 정도다. 3일 정도면 체내를 순환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목적에 맞는 치료제를 개발하려면 작용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김교범 대표는 기술을 더 고도화해 약 2주까지 작용 가능한 형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약물 투여 횟수도 줄고 효과가 지속되는 부분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 외에도 NK 세포가 아닌 줄기세포를 활용한 방식도 고려 중이다. 코팅막 자체가 플랫폼 소재이니 줄기세포를 코팅하고 여기에 치료제를 연결하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미 간경변 치료 연구에 돌입한 상태다.

생체 소재 분야의 글로벌 프로바이더 되고파

전 세계 인류의 건강을 위한 발걸음을 뗀 셀바스찬.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창업 역사는 짧지만, 높은 기술 수준이 필요한 분야에 있기에 든든한 지원은 필수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의 도움이 적지 않았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셀바스찬은 사무공간 무상 제공 외에 창업 보육 및 컨설팅 등 여러 지원을 받고 있다.

김교범 셀바스찬 대표. / 출처=IT동아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의 지원을 받고 회사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창업 기업을 지원하는 정부 과제도 알려주고 가이드까지 잘 해줍니다. 최근에는 투자활동 관련 교육을 받았습니다. 이 외에도 네트워킹 활동이나 행사도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최대한 참여해 셀바스찬을 알리고 싶습니다.”

셀바스찬은 빠른 시일 내로 팁스 프로그램에 도전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술 연구는 물론이고 비임상 시험, 독성 및 기능성 평가도 2025년에 진행할 예정이다. 김교범 대표는 “인재를 충원하고 고분자 복합소재 개발을 더욱 고도화해 면역세포 인게이저 플랫폼 생체 소재의 글로벌 프로바이더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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