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는 외국 대리인 등록법(FARA) 위반으로 기소된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16일(현지시간)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고 17일 밝혔다.
데이미언 윌리엄스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장은 이날 “테리는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했다”며 “이번 기소는 자신의 전문성을 외국 정부에 팔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 있는 공공정책 담당자들에게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리 연구원은 11년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자금 지원과 고가의 가방 및 의류를 제공 받고 미 당국자와의 만남을 주선하거나 한국 정부의 요청을 반영한 기고문 게재 등의 활동을 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테리 연구원은 기소 당일인 16일 체포된 뒤 당일 보석금 50만 달러(약 7억 원)를 내고 풀려났다.
크리스티 커티스 연방수사국(FBI) 뉴욕사무국 부국장 대행도 “테리는 계속된 경고에도 10년 넘게 외국 정부를 돕기 위해 싱크탱크를 이용했다”며 “FBI는 외국 스파이들과 협력해 미국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사람은 누구든 체포할 것”이라고 했다. 테리 연구원의 기소를 계기로 싱크탱크 등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과 이들을 창구로 미국 법을 어긴 정보 활동을 벌이는 해외 정보기관에 동맹국이더라도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 연방 검찰은 공소장에서 국정원 고위 간부들과 테리 연구원이 나눈 대화 내용과 사진 등 첩보 활동을 상세히 공개한 바 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FARA법의 존재 이유는 정부 당국자들이 접촉하는 사람들이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알기 위한 것”이라며 “법무부가 강력하게 법을 집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테리 선임연구원이 소속된 CFR은 동아일보에 보낸 성명에서 “테리 연구원은 CFR이 법무부의 기소 사실을 알게 된 16일부터 무급 행정 휴직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테리 연구원이 받은 혐의는 CFR에 합류하기 전에 일어났다”면서도 “우리는 이 혐의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모든 조사에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테리 연구원이 지난해 FBI 조사를 받을 당시 활동했던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는 “우리는 조사 대상이 아니지만 사법 당국에 충실하게 협력해왔다”고 했다.
한편 일각에선 최근 정 박 국무부 대북고위관리 겸 부차관보의 갑작스러운 사임과 테리 연구원에 대한 기소가 관련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공소장에는 테리 연구원이 2021년 4월 16일경 국정원 간부와 과거에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정보위원회(NIC) 고위급을 역임했으며 한국 업무도 담당하는 국무부 고위당국자와 자신의 친밀한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계인 박 전 부차관보는 NIC 한국 담당 부정보관과 CIA 동아시아태평양 미션센터 국장 등을 지냈으며 이달 5일 국무부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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