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세상이 빙글빙글… 이석증-메니에르병, 어떻게 구별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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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속 평형감각 조절기관에 이상
이석증, 귓속 이석 떨어져 신경 자극… 머리 움직일때 회전성 어지러움 느껴
메니에르병, 귓속 압력 높아져 발생… 난청-이명 동반돼 몇시간 지속되기도
재발률 높아 운동-식습관 병행 조절을

비슷한 듯 다른 두 질환 ‘이석증’과 ‘메니에르병’
비슷한 듯 다른 두 질환 ‘이석증’과 ‘메니에르병’

많은 사람이 다양한 이유로 어지럼증을 호소한다. 어지럼증은 왜 발생할까? 가장 흔한 원인은 귀 질환이다. 귀가 우리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속귀에는 평형감각을 맡고 있는 전정(前庭)기관이 있다.

이석증과 메니에르병은 이런 기능에 장애가 생겨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23년 66만 명 이상의 환자가 이석증과 메니에르병으로 병원을 찾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두 질환은 2023년 어지럼증의 대표 원인 중 하나인 전정 기능 장애 환자 총 117만1481명 중에 약 57%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이석증 환자 수는 48만1096명으로 같은 해 메니에르병 환자 수 18만1442명보다 약 2.7배 많다.

떨어져 나온 이석, 자세 바꾸면 따라 움직여 어지럼증 유발

이석증과 메니에르병은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병이다. 이석증은 귓속 이석 기관에 존재하는 칼슘 성분의 이석이 떨어져 나와 평형기관의 하나인 반고리관에 들어가 신경을 자극하면서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병이다. 머리를 움직이거나 자세를 바꿀 때 떨어져 나온 이석도 움직이면서 신경을 자극해 회전성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증상은 대부분 아주 짧고 몸의 움직임을 멈추면 어지럼증도 없어지게 된다. 이석은 달팽이관 쪽에는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난청, 이명, 이충만감과 같은 청각적 문제는 유발하지 않는다.

이석증은 발생 원인이 불명한 질환이다. 대신 어떤 성별, 어떤 연령의 환자가 많은지를 통해 원인을 유추하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전체 이석증 환자의 약 48%가 중년 이상(50세 이상)의 여성 환자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데이터와 이석이 칼슘 덩어리인 것을 참고해 비타민 D의 부족이나 골다공증 같은 질병과의 연관성이 유추되고 있다. 변재용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추가로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에도 이석이 떨어질 수 있다”라며 “중년 이후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아 혈액순환도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그 밖에는 바이러스 감염도 원인 중 하나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석증은 반고리관으로 떨어져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이석을 신경을 자극하지 않는 난형낭이라는 곳으로 빼서 치료한다. 즉 위치를 옮기는 ‘치환술’을 진행한다. 치환술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이석의 위치 확인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반고리관을 흥분시켜 눈동자의 움직임 신호를 읽는 안진 검사 등으로 이석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확인한다. 치환술을 받은 환자의 약 95%는 증상이 호전되지만 아주 드물게 반고리관 폐쇄술 등을 통해 이석이 신경에 닿지 않도록 만드는 치료를 하기도 한다.

메니에르병, 여름철 유병률 증가… 원인은 알 수 없어

메니에르병은 귓속 달팽이관과 반고리관에 있는 내림프액이 여러 이유로 늘어나 귓속의 압력이 높아져서 발생한다. 변 교수는 “메니에르병은 난청, 이명과 같은 청각학적 증상도 동반한다”라며 “이석증과 달리 귓속 압력의 증가로 생긴 병이어서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증상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난청, 이명 등을 동반한 어지럼증은 20분 이상, 심하면 3∼4시간 지속될 수 있다.

메니에르병도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석증처럼 메니에르병 역시 여성 환자가 많은 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체 메니에르병 환자 중 약 70%가 여성이다.

하지만 이석증과는 다르게 메니에르병은 자가면역질환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무더운 여름철에는 메니에르병을 더 주의해야 한다. 메니에르병은 내림프액의 증가로 발생하는데 더운 날씨에는 내림프액이 상대적으로 더 많아져 메니에르병 유병률이 증가한다는 연구가 있다. 현재에도 메니에르병의 발생 원인과 관련된 연구가 다수 진행되고 있다.

메니에르병은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완치는 어렵다. 메니에르병의 치료 목표는 내림프액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주로 이뇨제를 사용해 조절한다. 이뇨제로 내림프액을 줄이며 염분 섭취(하루 1.5g 이하)를 제한하도록 생활 습관을 개선함으로써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또한 편두통 등과의 연관성도 꾸준히 제시되고 있어 규칙적인 식습관과 수면 습관을 유지하고 과로나 스트레스 관리도 필요하다. 변 교수는 “메니에르병과 이석증은 둘 다 재발률이 높다”라며 “한 번이라도 병을 앓았다면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석증은 야외 활동 권장, 메니에르병은 CATS 조심

이석증과 메니에르병 두 질환 모두 재발률이 높기 때문에 적당한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은 필수적이다. 특히 이석증 환자들은 언제 생길지 모르는 어지럼증에 대한 두려움으로 야외 활동을 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햇빛을 통해 비타민 D를 체내에 흡수시키면 재발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변 교수는 “메니에르병 환자에게는 ‘CATS’를 조심하라고 이야기하는데 카페인(Caffeine), 술(Alcohol), 담배(Tobacco), 소금과 스트레스(Salt·Stress)를 멀리하면 메니에르병의 위험성에서도 멀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헬스동아#건강#의학#이석증#메니에르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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