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B3, 암 예방-치료보조 효과 확인된 유일한 비타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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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국립대 암 학회’서 만난 항암제 연구-개발 3인방 인터뷰
[홍재현 신일제약 대표] 기업 이익보다 연구 취지에 공감… 항암제 개발 지원하고 투자 진행
[이토 요시아키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렁스 3’ 유전자 연구로 인연 맺어… 세계 최초로 위암 억제 기능 발견
[배석철 충북대 의대 교수] 비타민 B3 항암 보조효과 확인… 일반의약품으로 복용해야 안전

지난 5일 싱가포르국립대에서 암 학회가 개최돼 최신 암 치료 연구에 대해 전 세계 연구자들이 의견을 나눴다. 학회에서 만난 홍재현 신일제약 대표, 이토 요시아키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배석철 충북대 의대 교수(왼쪽부터). 
싱가포르=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지난 5일 싱가포르국립대에서 암 학회가 개최돼 최신 암 치료 연구에 대해 전 세계 연구자들이 의견을 나눴다. 학회에서 만난 홍재현 신일제약 대표, 이토 요시아키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배석철 충북대 의대 교수(왼쪽부터). 싱가포르=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지난 5일 싱가포르국립대에서 암 학회가 열렸다. 이번 학회는 이토 요시아키 교수(싱가포르국립대), 다니우치 이치로 박사(일본 이화학연구소 통합의료과학센터), 모토미 오사토 교수(구마모토대), 배석철 교수(충북대 의대) 등이 참석해 암 치료 연구에 대한 최신 지견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이토 교수와 배 교수는 2002년 위암을 억제하는 유전자 렁스 3의 기능을 세계 최초로 공동 규명한 바 있다. 이어 2013년에는 렁스 3 유전자가 암세포로의 전환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관련 연구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셀’에 등재됐다.

본보는 싱가포르 암 학회에서 이토 교수, 배 교수, 홍재현 신일제약 대표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최신 암 치료 연구에 관해 자세히 물었다.


―이번 암 학회가 이토 교수 은퇴를 축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고 들었다. 82세 은퇴라니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이토 요시아키 교수 “이달 은퇴를 앞둔 나를 위해 동료 학자들이 학회를 준비해 줘서 의미가 깊고 감사하다. 일본 교토대 의대에서 정년을 마치고 싱가포르로 자리를 옮겨 연구한 지 벌써 22년이다. 그동안 함께했던 동료와 친구를 이번 학회에서 만날 수 있어서 기쁘다.”


―배석철 교수와는 어떤 인연인가?


이토 교수 “배 교수가 1991년 서울대 박사 과정을 마치고 연구원으로 교토대 의대에 있던 나의 연구실에 합류했다. 그 후 배 교수가 한국으로 돌아가 충북대 교수로 있으면서도 렁스 3 연구를 이어가면서 밀접한 교류를 지속해 왔다. 결국 우리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위암 억제 유전자인 렁스 3의 기능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관련 논문이 세계 유명 저널인 셀에 게재되면서 당시 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2013년에는 렁스 3가 정상 세포에서 암 줄기세포로 바뀌는 것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전환되는 길목에서 이를 차단하는 유전자를 찾아낸 것으로 새로운 항암제 개발 가능성을 열게 된 연구였다. 현재 연구팀에 배 교수 연구실에서 연구원으로 있던 이정원 박사가 함께 일하고 있다. 이 박사가 한국에 돌아가서도 렁스 3 프로젝트를 이어가길 희망한다.”


―렁스 3 유전자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달라.


배석철 교수 “렁스 3는 1995년 세계 최초로 발견된 암 억제 유전자다. 이런 유전자는 전 세계적으로 50개 정도 알려져 있다. 그중 동양인이 발견한 유전자는 렁스 3 하나밖에 없다. 렁스 3는 세포의 삶과 죽음의 운명을 결정하는 유전자다. 이 유전자의 기능이 떨어지면 분열해서는 안 되는 세포가 분열하고 죽어야 할 세포가 죽지 않게 돼 암이 발생한다. 나는 2002년에 위암 발병의 원인이 위암 억제 기능을 가진 렁스 3의 기능 상실 때문이라는 것을 밝힌 바 있다. 2010년에는 폐암 발병의 초기 원인이 렁스 3 유전자의 불활성화에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배 교수님은 최근 렁스 3 유전자와 비타민 B3와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도 발표한 것으로 안다.


배 교수 “우리 몸에서 렁스 3 유전자가 암을 억제하는 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암에 걸린다. 그 이유는 유전자가 충분히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렁스 3 유전자가 기능을 잃지 않고 일할 수 있게 해주면 암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을 거라는 전제를 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렁스 3 유전자의 기능을 촉진하는 물질을 찾았다. 우리가 찾은 물질은 비타민 B3이다. 비타민 B3를 이용한 동물실험 등에서 다양한 암이 효과적으로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다. 7년에 걸친 임상시험에서도 비타민 B3가 항암 보조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비타민 B3를 고용량 복용한 4기 폐암 환자의 기대수명은 2배 늘었고 사망 위험은 절반으로 줄었다. 임상시험에서는 신일제약의 고용량 비타민 B3 아미나엑스정을 사용했다.”

―신일제약은 배 교수 연구에 오랜 시간 함께했다고 들었다. 계기가 있나?

홍재현 대표 “배 교수 연구팀은 렁스 3 유전자를 강화하는 물질로 비타민 B3(니코틴산아마이드)를 찾아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후보 물질이 있었다. 하지만 비교적 안전성이 확보되고 인체 내에서 이뤄지는 정상적인 생리 작용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비타민 B3로 항암제를 개발하려는 배 교수의 연구 취지에 공감해 협력하게 됐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타민 B3가 이익을 낼 수 있는 연구 소재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제약회사가 가야 할 정도(正道)를 지키고자 연구를 지원하고 투자도 진행했다. ‘항암제 공동 연구개발협약’은 2006년도에 회장님이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제약회사가 지향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소명인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약을 만드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의사결정을 한 것으로 안다.”

―임상시험 때 사용한 아미나엑스정은 비타민 B3 제품인가?

홍 대표
“아미나엑스정은 2006년 배 교수와의 공동 연구와 임상시험을 위해 신일제약에서 만든 고용량 비타민 B3이다. 2011년 국내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얻은 고함량 니코틴산아마이드 성분으로 의사 처방 없이도 약국에서 구매가 가능한 일반의약품이다. 배 교수가 수행한 모든 임상에 아미나엑스정이 사용됐다.”

―비타민 B3는 건강기능식품으로도 많이 판매되고 있다. 아미나엑스정과 어떤 차이가 있나?

홍 대표 “의약품은 질병의 치료와 예방을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반면 건기식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해 만든 식품이다. 사용 목적이 다른 만큼 정부의 품질관리 기준도 다르다. 의약품은 건기식보다 매우 까다롭고 엄격한 관리 기준을 따른다.”


―비타민 B3가 암 억제 유전자를 활성화한다면 건강한 사람이 비타민 B3 고용량을 암 예방 목적으로 복용해도 되나?


배 교수 “암을 예방하기 위해 항암제를 미리 먹을 수는 없다. 하지만 비타민 B3는 가능하다. 비타민 B3로 암을 예방하고 치료하려면 하루 1g 정도가 필요하다. 일반적인 한국인 식단에서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비타민 B3 섭취를 30mg 넘기기 어렵다. 고용량을 섭취하려면 약으로 먹어야 하는 이유다. 종합비타민을 먹으면 어떠냐는 말도 있는데 통상 종합비타민에 들어 있는 비타민 B3는 양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한 매일, 오래 복용해야 하는 만큼 품질관리도 중요하다. 일반의약품으로 나온 제품을 복용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배 교수 “비타민 B3는 암 예방과 암 치료 보조 효능이 임상시험으로 확인된 유일한 비타민이다. 이 사실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또한 아미나엑스정의 재발 방지 효능 검증을 위한 임상시험도 진행할 계획이다. 암 환자는 수술 후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대부분의 환자가 항암 치료를 받는다. 항암제 부작용이 크지만 다른 선택이 없기 때문이다. 아미나엑스정이 암 재발을 줄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논문의 서브 그룹 분석에서 재발률이 현저하게 감소한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홍 대표 “배 교수의 20년 가까운 끈질긴 연구에 미약하지만 함께했다는 사실이 무척 기쁘다.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긴밀하게 협력해 제약회사의 사명인 인류 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헬스동아#건강#의학#비타민 b3#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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