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어디서든 119처럼 전화하면 닥터헬기 올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25일 03시 00분


닥터헬기 관련 오해와 진실
인천-전남-강원 등 8개 권역 운영
의료진이 필요성 인정해야 뜨고, 전액 세금서 충당해 비용은 무료
꼭 중환자 아니어도 응급 땐 이송… 궂은 날씨나 일몰 후엔 비행 못해

5월 1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2024 서울 헬스쇼’에서 닥터헬기가 행사장 상공을 통과하고 있다. 동아일보DB
5월 1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2024 서울 헬스쇼’에서 닥터헬기가 행사장 상공을 통과하고 있다. 동아일보DB

5월 1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 상공에는 닥터헬기 2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광장에 모인 ‘2024 서울 헬스쇼’ 참석자들의 시선이 하늘을 향하자 사회자는 마이크로 “지금 들리는 소리는 소음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신호”라고 외쳤다. 서울광장 상공은 원래 비행금지 구역이지만 응급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언제 어디든 출동해야 한다는 의미를 알리기 위해 이날 특별 허가를 받아 비행한 것이다.

서울광장 상공에 닥터헬기가 모습을 드러낸 건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2019년 10월에도 동아일보와 보건복지부, 서울시가 공동 주최한 ‘닥터헬기 소리는 생명입니다(소생) 캠페인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서울광장과 덕수궁 상공에 닥터헬기 등 응급의료헬기 4대가 비행했다. 지난해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한 ‘2023 서울 헬스쇼’ 때도 닥터헬기는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같은 캠페인과 행사 등의 영향으로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닥터헬기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닥터헬기의 오해와 진실을 질문과 답변 형태로 구성했다.

Q. 닥터헬기는 119처럼 신고만 하면 이용할 수 있나.

“아니다. 닥터헬기는 일반 국민들이 바로 요청할 수 없다. 뜨고 내리는 비용이 적지 않을 뿐 아니라 중증 응급환자를 먼저 이송해야 하기 때문이다. 응급 상황이 발생해 119에 신고하면 출동한 119구급대원이 환자 상태를 평가하게 된다. 이때 닥터헬기 이송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소방상황실을 통해 닥터헬기를 요청한다. 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전원이 필요할 때 병원 의료진이 필요성 여부를 판단해 닥터헬기를 요청할 수도 있다. 다만 요청을 받았다고 반드시 출동하는 건 아니다. 닥터헬기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한 번 더 체크한 후 헬기 이송이 필요하다고 최종 판단할 때 닥터헬기가 출동하게 된다.”

Q. 닥터헬기 탑승 시 환자가 비용을 내야 하나.

“아니다. 탑승 비용은 무료다. 간혹 응급 상황임에도 비용이 발생할까 봐 탑승을 주저하는 경우가 있다. 닥터헬기는 국가가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당연히 비용이 들지 않는다. 출동하는 경우 탑승 전 이 같은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을 한다. 닥터헬기 운영에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닥터헬기로 응급환자를 더 살릴 수 있다면 비용보다 더 큰 효과가 있다는 취지다.”

Q. 닥터헬기를 전국 모든 지역에서 이용할 수 있나.

“아니다. 안타깝게도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은 제한돼 있다. 닥터헬기는 운항 범위를 기준으로 광역지방자치단체 배치 지역을 정하는데 강원, 경기, 경북, 인천, 전남, 전북, 제주, 충남 등 8곳에 배치돼 운영 중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시도를 넘나들면서 운항하는 경우도 있지만, 모든 지역에서 이용하기에는 닥터헬기 수가 많이 부족하다. 닥터헬기를 오래전부터 운영하는 미국은 900대 이상, 독일은 100대가량 운항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만 보더라도 50대가 넘는다. 정부는 현재 8대인 닥터헬기를 2027년까지 12대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닥터헬기가 없는 경남과 충북, 면적이 넓거나 인구가 많은 강원과 경기 등의 지역에 추가 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Q. 닥터헬기로 이송되는 환자는 100% 중환자들인가.

“아니다. 물론 닥터헬기는 3대 중증 응급질환인 중증외상, 뇌졸중, 심근경색 환자를 주 대상으로 운항하고 있다. 이른바 ‘골든타임’이 중요한 촌각을 다투는 질환들로 치료가 지연될 경우 사망 등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이 경우 닥터헬기는 현장에서부터 처치와 이송을 동시에 진행하는 ‘날아다니는 응급실’ 역할을 한다. 2023년까지 닥터헬기로 이송한 전체 환자의 54.2%가 3대 중증 응급환자들이었다. 다만 섬이나 산간 지역이 많은 의료 취약지역 특성상 3대 중증 응급질환이 아니더라도 닥터헬기로 이송이 필요한 응급질환이라고 판단되면 이송하고 있다.”

Q. 닥터헬기는 날씨와 상관없이 운항할 수 있나.


“아니다. 이는 가장 오해가 많은 대목이기도 하다. 닥터헬기는 기체 특성상 기상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또, 조종사가 육안으로 지형지물을 직접 확인하며 비행해야 하는 ‘시계비행규칙(VFR)’을 따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구름이 많아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상황이나 바람이 강한 날에는 출동하지 못한다. 특히 지금 같은 장마철에는 아무래도 출동을 못 하는 날이 많아진다. 같은 이유로 일출부터 일몰까지만 운항한다. 이 때문에 해가 긴 여름철과 해가 짧은 겨울철은 운항 시간에 차이가 있다. 닥터헬기는 헬기 조종사와 의료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데 이는 이것이 곧 환자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Q. 닥터헬기 운항 시 발생하는 소음 때문에 민원이 많다.

“헬기는 이착륙할 때 소음이 크게 발생한다. 그런데 이착륙장 주변에 아파트 등 주거시설이 밀집해 있는 경우도 많다 보니 소음 민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근 닥터헬기 계류장 이전이 소음 문제로 원활하지 않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닥터헬기 이착륙 때 발생하는 소음을 ‘생명을 살리는 소리’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동기획

#닥터헬기#2024 서울 헬스쇼#탑승 비용 무료#3대 중증 응급질환#골든타임#시계 비행규칙#생명을 살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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