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탐사선 '메신저' 데이터…다이아몬드 맨틀 존재 가능성
수성 수수께끼 풀 단서 기대…다이아가 화산 활동 끝냈을수도
태양계 첫번째 행성이자 가장 작은 행성인 수성의 지하에 막대한 다이아몬드 층이 숨어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성의 생성 초기 단계에서 탄소들이 강한 열과 압력에 다이아몬드화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26일 학계에 따르면 벨기에 루벤가톨릭대학교 연구진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수성 탐사선 ‘메신저(MESSENGER)’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수성의 지각 아래에 약 16㎞(10마일) 두께의 다이아몬드 맨틀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를 통해 보고됐다.
수성은 다른 태양계 행성들과 구분되는 특성들을 갖고 있다. 표면이 매우 어둡고, 핵의 밀도도 유별나게 높으며, 화산 활동 시기도 다른 행성보다 훨씬 빠른 35억년 전 즈음 조기 종료됐다.
이같은 특징과 더불어 수성에는 탄소로 이뤄진 흑연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학계에서는 이 흔적들이 수성의 초기 역사에서 탄소가 풍부한 마그마 바다가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보고 있다.
탄소가 풍부한 마그마 바다로 인해 지표면 아래에서도 탄소가 풍부한 맨틀이 형성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존에는 맨틀의 성분이 탄소 동소체 중 하나인 ‘그래핀’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번 연구 결과에서는 주성분이 다이아몬드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메신저 데이터 분석 결과 수성의 맨틀과 핵의 경계지점에서 가해지는 압력이 새롭게 측정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지구에 있는 실험실에서 수성 내부에 존재하는 압력과 온도를 재현했다. 수성 맨틀에서 발견되는 물질을 대체하는 ‘합성 규산염’에 약 7기가파스칼 이상의 압력과 약 2177℃ 이상의 온도를 가했다. 7기가파스칼은 우리가 일상에서 기압(상압)보다 약 7만배 강한 수준이다. 수성 맨틀에서 발견됐을 광물들이 고온고압 환경에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직접 살펴본 셈이다. 연구진은 이같은 재현 실험 결과 수성 맨틀의 다이아몬드 층이 2가지 과정에 의해 형성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첫번째 가설은 수성에 존재했던 마그마 바다가 다이아몬드로 결정화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핵과 맨틀의 경계에서 아주 얇은 다이아몬드 층을 형성하는 데만 그쳤을 것으로 예상됐다.
더 중요한 두번째 가설은 수성의 금속 핵 자체가 결정화됐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약 45억년 전 수성이 형성됐을 때는 행성의 핵이 완전히 액체상태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결정화됐고, 이 과정에서 두꺼운 다이아몬드 층이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이아몬드의 밀도가 금속만큼 크지는 않기 때문에 결정화 이후 핵의 상단으로 떠올라 핵과 맨틀의 경계에서 멈췄을 것으로 점쳐졌다.
아울러 이번 발견은 수성이 태양계의 다른 암석형 행성들인 금성·지구·화성 등과는 다른 생성 과정을 거쳤음을 보여주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수성은 현위치보다 태양에 더 가까운 곳에서 탄소가 풍부한 먼지 구름으로부터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결과 다른 행성보다 산소가 더 적고 탄소는 더 많아 다이아몬드 층이 형성됐을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수성의 화산 활동이 다른 태양계 행성보다 더 빠르게 종료된 이유를 비롯해 수성이 갖고 있는 수수께끼를 풀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연구진은 “수성의 화성 활동이 다른 암석형 행성보다 더 짧았다는 것은 이 행성이 훨씬 더 빠르게 냉각됐음을 의미한다”며 “이는 행성의 작은 크기와도 관련이 있지만, 다이아몬드 층이 열을 더 빠르게 식혀 화산 활동을 조기 종료 시켰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물리학계 등과도 협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다음 연구 단계로 수성의 핵과 맨틀 경계에서 다이아몬드 층의 열 효과를 조사하는 것을 꼽았다. 메신저 탐사선의 임무가 2015년 종료된 만큼 연구팀은 내년 말 수성에 도착 예정인 유럽우주국(ESA)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베피콜롬보’ 데이터를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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