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디자人]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 디자인 수장 ‘벤 페인’

  • 동아닷컴
  • 입력 2024년 7월 26일 18시 32분


자동차 품질의 상향 평준화로 디자인은 브랜드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내·외관 디자인이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면, 제품 성능이 좋더라도 소비자의 외면을 받기 때문입니다. 이에 각 제조사는 자신들의 정체성과 가치를 다양한 라인업에 일관적이고 창의적으로 전달할 디자이너 영입에 필사적입니다.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뛰어난 디자이너들은 이같은 고민을 어떻게 풀어내고 있을지 월간 연재 코너인 [자동차 디자人]을 통해 살펴봅니다.
벤 페인 로터스 디자인 총괄 / 출처=로터스

‘로터스(Lotus)’는 1952년 콜린 채프먼에 의해 설립된 영국 스포츠카 제조사다. 경량 스포츠카를 주로 제작하며 명성을 얻었다. 알파벳 E로 시작하는 낱말로 차량 이름을 짓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무게가 약 800kg에 불과한 경량 스포츠카 엘리스(Elise)와 엑시지(Exige)등이 그 예다. 로터스는 올해 국내 시장에 브랜드 최초의 전기 SUV인 ‘엘레트라(Eletre)’와 미드십 스포츠카인 ‘에미라(Emira)’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2024년 3월, 수원 스타필드에 팝업스토어를 꾸려 차량을 선보이며,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난 2024년 3월 스타필드 수원 내에 팝업 전시장을 마련한 영국 스포츠카 제조사 로터스 / 출처=IT동아
지난 2024년 3월 스타필드 수원 내에 팝업 전시장을 마련한 영국 스포츠카 제조사 로터스 / 출처=IT동아

로터스의 전기 SUV 엘레트라의 최상위 모델, 엘레트라 R은 ‘하이퍼 SUV’란 별칭이 있다. 최고출력 918마력이라는 괴물 같은 성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이 차가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2.95초에 불과하다. 5.1m가 넘는 차체에도 공기저항계수 0.26 Cd를 구현했다.
로터스 첫 전기 SUV 엘레트라 / 출처=로터스

인상적인 성능과 공기저항계수를 지닌 브랜드 최초의 전기 SUV를 디자인한 인물은 벤 페인(Ben Payne)이다. 로터스에 합류하기 전 부가티와 애스턴 마틴 등 슈퍼카 브랜드에서 디자인 역량을 발휘한 그는 로터스 디자인 총괄로 자리를 옮겨 브랜드 전동화 여정을 지휘한다.
벤 페인 로터스 디자인 총괄 / 출처=로터스

유년시절 미술에 대한 관심 자동차 디자인으로 발전시켜

벤 페인 총괄은 유년 시절 미술에 빠져 하루 대부분 그림을 그리며 조각하는 데 할애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성장 과정을 거치며 관심사를 미술에서 디자인으로 구체화했다. 그 결과 운송디자인을 전공으로 영국 코번트리 대학교(Coventry University)에 진학해 공부했다. 대학시절 디자인이라는 관심사를 자동차로 더욱 구체화한 그는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으로 왕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 석사 과정에 입학한다.

벤 페인 총괄은 왕립예술대학에서 매년 열리는 졸업전시회를 찾아 자동차 디자이너로 일하는 동문의 이야기를 들으며, 여러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다. 이때 경험이 자신을 자동차 디자인에 더욱 빠져들게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덕분에 벤 페인 총괄은 2003년 왕립예술대학을 졸업한 후 곧장 폭스바겐과 포드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았다. 이후 프랑스 고성능 자동차 제조사 부가티(Bugatti)와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 애스턴 마틴(Aston Martin) 등에서 외관 디자이너로서 역량을 발휘했다.


부가티·애스턴 마틴 등에서 역량 발휘...로터스로 자리 옮겨 브랜드 첫 전기 SUV 디자인 주도

여러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역량을 발휘한 벤 페인. 그를 눈여겨 본 로터스는 2018년 벤 페인을 디자인 총괄에 임명한다.
벤 페인 로터스 디자인 총괄(가장 오른쪽) / 출처=로터스

로터스의 디자인 총괄직 수락은 벤 페인에게 모험이었다. 안정적으로 명성을 쌓은 이전 브랜드와 달리 로터스는 큰 변화와 도전이 필요한 제조사였기 때문이다. 벤 페인은 오히려 이같은 잠재적 가능성, 여러 기회가 열린 로터스의 상황에 매력을 느꼈다.

벤 페인 총괄은 “로터스에서 일하고 싶은 강력한 동인은 바로 남다른 기회의 규모였다. 1952년 설립된 로터스는 풍부한 브랜드 스토리와 역사를 지녔지만, 다른 슈퍼카 브랜드에 비해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2018년 로터스의 소유권 변화와 함께 전동화 전환을 포함한 브랜드가 밝힌 야심 찬 계획은 특별한 기회였고, 그 여정에 참여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로터스에 합류한 벤 페인 총괄은 브랜드 전동화 전환을 이끌 전기차 라인업 디자인에 집중했다. 특히 브랜드 첫 전기 SUV인 ‘엘레트라’는 벤 페인 총괄과 로터스 모두에게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었다.
디자인 작업 중인 벤 페인 총괄의 모습 / 출처=로터스

벤 페인 총괄은 918마력에 5.1m가 넘는 차체를 지닌 엘레트라가 전기 동력을 바탕으로 빠르고 가볍게 달리도록 디자인해야만 했다. 내연기관과 구조가 다른 전기차 특성상 공기역학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로터스는 엘레트라의 원활한 공기 흐름을 위해 수많은 통로를 마련, 대형 차체 대비 우수한 성능과 주행 거리를 확보했다. 앞뒤 펜더뿐만 아니라 D필러까지 공기 흐름을 위한 통로를 구성했다.
엘레트라의 후방 공기통로 / 출처=로터스
엘레트라의 후방 공기통로 / 출처=로터스

벤 페인 총괄은 기술부서와 함께 이 같은 요소를 고려한 디자인으로 브랜드 첫 전기 SUV의 공기저항계수를 0.26 Cd까지 낮췄다. 차체가 5.1m에 달하는 엘레트라의 체격을 고려하면 놀라운 수치다. 덕분에 이 차는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2.95초면 도달 가능하다.
로터스 엘레트라 실내 / 출처=IT동아
로터스 엘레트라 실내 / 출처=IT동아

벤 페인 총괄은 “엘레트라는 전기 SUV로서 로터스가 지금까지 만든 차 중에서 가장 크고 실용적”이라며 “미드십 스포츠카인 에메야를 비롯해 로터스라는 브랜드를 상징할 스포츠카를 연이어 선보일 것이다. 엘레트라와 에메야를 디자인하며 경량 스포츠카를 여럿 선보인 브랜드 DNA를 디자인에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앞으로도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긴 역사를 활용할 계획이다. 과거의 모든 멋진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할 것이다. 브랜드 정신을 포착하고 창업자의 사고방식을 파악한 다음, 현재와 미래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의미를 투영할 계획이다. 현재 로터스에서 이 같은 철학을 반영한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그 결과물을 하루빨리 공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브랜드 헤리티지 유지하며 전동화 전환에 집중

로터스뿐만 아니라 많은 제조사가 전동화 전환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전동화 전환에 따른 구조적 변화가 발생한다. 예컨대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불필요하다. 이 같은 구조적 변화가 자동차 내·외관 디자인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물었다.

벤 페인 총괄은 “브랜드가 지금까지 내연기관 차량으로 형성한 역사를 유지하면서도, 전기차라는 새로움을 적용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로터스의 전기차 개발 방향으로 예를 들면 우리는 의도적으로 캡 포워드(Cab-forward) 디자인 실루엣을 강조했다”며 “이 같은 선택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브랜드 헤리티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로터스는 지난 30년간 미드십 레이아웃 내연기관차로 명성을 얻었다. 전기차로 전환했다고 해서 실루엣을 급격히 바꿀 이유가 없었다. 최적의 무게 배분과 성능을 위해 운전자가 차체 앞쪽으로 위치하도록 캡 포워드 디자인을 적용했다. 둘째로 이 같은 비율은 내연기관 자동차가 아니라는 시각적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예컨대 전통적인 E-세그먼트 자동차의 경우, 긴 후드를 비롯해 실내공간이 차량 뒤쪽에 자리한다. 반면, 전기차의 경우 타이어 위치를 바꿔 실내공간을 전방으로 밀어냈다. 이는 차체 앞쪽에 커다란 내연기관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선보일 전기차 또한 로터스의 뿌리와 연결되는 디자인 요소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벤 페인 총괄에게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제언을 부탁했다.
벤 페인 로터스 디자인 총괄 / 출처=로터스

벤 페인 총괄은 “디자이너로 일하는 것은 엄청난 집중력을 요구한다. 엄청난 도전도 뒤따른다”며 ”하지만 자동차 디자이너로 활동하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큰 보람도 뒤따른다. 다시 직업을 선택하라고 해도 자동차 디자이너로 일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결코 다른 일을 하고 싶지 않다. 만약 여러분이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고 있다면, 여러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붓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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