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비해 뇌부종 등 부작용 잦아”
‘대안’ 없는 국내선 내년초 출시될 듯
“나라마다 ‘부작용-이점’ 판단 달라”
내년 초 국내에서 출시될 예정인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가 뇌부종 등 부작용 우려로 유럽에서의 승인이 불발됐다.
유럽 의약품청(EMA)은 26일(현지 시간) 바이오젠-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의 승인 거부를 권고했다. 인지 저하를 지연시키는 효과에 비해 부작용이 자주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EMA는 “관찰된 레켐비의 효과가 약물과 관련된 심각한 부작용의 위험을 상쇄하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레켐비의 최종 승인 여부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의해 결정되지만 대부분 EMA의 권고를 따른다. EMA가 지적한 레켐비의 부작용은 뇌가 붓는 뇌부종, 출혈 등을 일으키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이다. 아밀로이드는 현재 가장 유력한 알츠하이머의 원인으로 지목받는 단백질로, 많은 제약사들이 뇌에 쌓이는 아밀로이드를 막는 항체 치료제 개발을 시도해 왔다. 레켐비 역시 이 중 하나다.
문제는 이 항체가 아밀로이드를 막으려다 혈관벽을 손상시킨다는 점이다. 손상된 혈관벽 사이로 액체가 흘러나오며 뇌가 붓거나, 혈액이 새어 나가 뇌출혈이 발생한다. EMA는 “일부 환자는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부작용을 겪어야 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EMA의 이번 결정이 국내 레켐비 출시 일정 등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레켐비의 대안이 될 만한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레켐비는 지난해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시작으로 일본, 중국, 한국, 이스라엘의 규제 당국에서 허가를 받았다. 미국, 일본, 중국에서는 출시를 완료한 상태이고, 올해 5월 레켐비를 승인한 우리나라에서는 내년 초 출시될 예정이다.
김영수 연세대 약대 교수는 “모든 치료제는 부작용이 있다. 나라마다 승인 여부가 갈리는 것은 부작용과 이점 중에 어떤 것이 더 큰지에 대한 판단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한국 등 각국 규제 당국은 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를 대체할 대안이 없다는 점에 무게를 둔 것”이라고 했다.
지금껏 FDA가 승인한 3개의 알츠하이머 치료제(아두헬름, 레켐비, 키썬라) 모두 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 치료제다. 임상의 마지막 단계인 3상을 진행 중인 약물에서도 아밀로이드 항체가 약 30%를 차지한다.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유럽 의료계에서는 환자들의 ‘원정 치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존 하디 영국 런던대 교수는 “알츠하이머 초기 증상이 있는 부유한 유럽의 환자들은 치료를 위해 미국이나 다른 지역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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