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젬픽류 비만치료제, 알츠하이머병 예방 가능성 확인

  • 동아닷컴
  • 입력 2024년 7월 31일 09시 19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오젬픽과 유사한 체중 감량 약물이 경증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 환자의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신경과학 교수인 폴 에디슨 박사는 30일(현지시각)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알츠하이머협회 국제콘퍼런스에서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동료들의 심사를 거쳐야만 등재가 가능한 저널에 아직 발표를 하지 않은 이번 연구 결과는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계열 약물(노보 노디스크의 당뇨병·비만 치료제 오젬픽과 웨고비, 일라이 릴리의 무자로와 젭바운드 등 포함)이 뇌를 보호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존 연구를 뒷받침한다.

NBC뉴스에 따르면 에디슨 박사는 “우리의 연구가 보여준 것은 이 같은 GLP-1 계열 약물이 알츠하이머 치료제로서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약물의 한 종류로서 이것은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에디슨 박사팀의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대부분인 204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이들 중 일부에겐 GLP-1 작용제의 일종인 리라글루타이드를, 대조군에겐 위약을 매일 투여했다. 리라글루타이드는 노보 노디스크의 GLP-1 약물인 체중 감량제 삭센다와 당뇨병 치료제 빅토자에 사용하는 활성 성분이다.

1년 후 기억력, 언어, 기술, 이해력 및 추론 능력을 평가하여 질병의 진행을 추적하는 알츠하이머병 평가 척도에 따라 두 집단을 비교한 결과 리라글루타이드를 투여한 집단의 인지기능 저하가 위약을 투여한 쪽에 비해 최대 18%까지 느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 약물은 기억력, 학습 및 의사 결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의 수축을 거의 50%까지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 위축이라고도 알려진 뇌의 수축은 치매와 알츠하이머 환자의 심각한 인지 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다.

이전 연구에서도 GLP-1 약물의 두뇌 강화 잠재력이 드러난 바 있다. 오젬픽과 위고비의 활성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제 2형 당뇨병 환자의 치매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연구 결과 밝혀졌다. 제2형 당뇨병은 치매의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미네소타 주 로체스터의 메이요 클리닉 신경과 전문의 로널드 피터슨 박사는 “이 약물에 대한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약물의 주요 용도는 당뇨병과 체중 감량이지만 수면 무호흡증과 심장병에도 유용할 수 있다”며 “따라서 이러한 모든 효과가 누적되면 뇌에 매우 유익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GLP-1 작용제를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지 연구하는 대규모 연구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경도인지장애 또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3000여 명을 대상으로 당뇨·비만 치료제 오젬픽과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와 위약을 비교하는 임상 3상 시험 2건을 진행하고 있다. 결과는 2025년에 발표될 예정이다. 노보 노디스크 측은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치료제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알츠하이머병은 아직 알려진 치료법이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뇌의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표적으로 삼아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약간 늦추는 바이오젠의 레켐비와 릴리의 키선라라는 두 가지 약물을 최근 2년 동안 승인했다. 이 약들은 시중에 나와 있는 유일한 알츠하이머 치료제이지만 가격이 비싸고 뇌부종과 뇌출혈 등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알츠하이머 협회의 최고 과학 책임자인 마리아 카릴로 박사는 GLP-1 약물이 아밀로이드를 막거나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춘 약물과 함께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카릴로 박사는 후기 임상시험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이르면 내년 초에 GLP-1 약물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서 FDA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릴로 박사는 알츠하이머병 환자 중 상당수가 당뇨병이나 비만을 앓고 있으며 이미 GLP-1 약물을 복용하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아밀로이드 약물과 GLP-1의 병용 치료는 이미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카릴로 박사는 “이러한 조합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 단지 FDA에서 승인한 조합이 아닐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오젬픽#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임페리얼 칼리지#에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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