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공불락’으로 불리는 질환인 치매(알츠하이머)가 치료제 개발에도 여전히 승인 문턱을 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치매치료제를 연구하던 기업들 중 일부는 개발을 중단하거나 포기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5일 관련 업계 및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국내에서 허가를 받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유럽에서 허가 불발 위기에 놓였다.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최근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카네맙에 대한 허가를 거부했다.
레카네맙을 투여한 환자에게 인지 기능 저하가 지연됐으나, 그 효과는 미미하다는 판단에서다. 또 부작용 문제를 거론하며 치료 이점이 위험을 능가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레카네맙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 인지 장애나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 치료에서 안전성과 효과성이 확인됐다. 알츠하이머병의 유력한 원인으로 알려진 뇌 아밀로이드 침착물을 감소시켜 인지기능 소실 등 질병 진행을 늦춘다. 다만 중등도 이상으로 진행된 알츠하이머병 환자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또 레카네맙은 뇌의 부종과 출혈을 수반하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 사례가 부작용으로 발생했다. 다수는 심각하지 않았으나, 일부 환자의 경우 입원이 필요할 만큼 뇌에 큰 출혈이 있었다.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들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중단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애브비는 최근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던 알츠하이머 치료제 ‘ABBV-916’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애브비 R&D 부사장 겸 최고과학책임자인 루팔 타카르 박사는 지난달 25일 열린 분기 실적 발표에서 “최근 ABBV-916을 평가하는 2상 연구의 중간 분석을 완료했다”며 “효능 및 안전성은 승인된 약제에서 입증된 것과 유사하지만, 진화하는 환경을 고려할 때 이를 단독 요법으로 사용하는 것이 다른 치료법과 충분히 차별화된다고 생각하지 않아 개발을 중단한다”고 말했다.
ABBV-916은 뇌에 축적되면 신경세포가 신호를 주고받는 데 문제가 생기는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제거하도록 설계됐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받은 일라이 릴리의 치매치료제 ‘도나네맙’과 같은 특이성을 갖고 있다.
일본 오츠카제약은 지난 5월 개발 중이던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의 초조 증상 치료제 ‘AVP-786’의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으며, 글로벌제약사 로슈도 지난해 알츠하이머 치료제 ‘간테네루맙’ 임상 3상에 실패하며 개발을 중단했다.
미국 기업 바이오젠이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헬름’(아두카두맙)은 FDA로부터 신속 심사제도인 패스트 트랙으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으나, 효능 논란에 따라 올해 2월 개발·판매를 중단했다. 의료계에서 아두헬름 처방을 꺼리는데다 보험등재에도 실패하면서 저조한 실적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개발도 어렵지만, 개발됐다 하더라도 승인돼 상업화까지 자리를 잡기가 어려운 상태다. 다만 전문가들은 새로운 치료제가 뛰어난 효과를 보이지 않더라도 치료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보고 사용에 나서야 한다고 보고 있다.
영국 신경과학협회 회장인 타라 스파이어스-존스 교수는 이번 레카네맙의 유럽 허가 불발과 관련해 “많은 환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다”며 “우리는 새롭고 안전한 치료법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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