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이민센터 30여곳 공격 첩보… 경찰 6000명 배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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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이 흉기 난동” 허위정보 퍼져
경찰, 폭동 400명 체포-100명 기소
머스크 “내전 불가피” 시위 조장 논란

뉴시스

영국에서 어린이 3명이 숨진 ‘칼부림 난동’ 사건이 촉발한 시위에 정부도 강경 대응에 나섰지만, 전국으로 퍼진 시위는 갈수록 폭력적으로 변질되고 있다. 7일에도 극우세력이 주도한 시위대가 30곳이 넘는 이민센터를 공격할 것으로 알려져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당국은 반(反)유대주의 성향의 극우단체들이 폭동을 선동한 것으로 보고 모바일 플랫폼 ‘틱톡’ 등에 허위 정보를 게재한 이들의 색출에 나섰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6일 “경찰이 극우 시위대가 영국 전역에서 이민센터 30여 곳을 공격할 것이란 첩보를 입수하고 안전을 위해 6000여 명을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공격 대상엔 이민자들의 망명을 신청하는 법률센터 수십 곳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칼부림 사건의 범인이 이슬람 망명 신청자란 허위 소문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시위를 “불법 폭력 행위”로 규정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시위의 배후로 극우세력을 지목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특히 폭동의 배후에 있는 주요 단체 가운데는 신(新)나치주의자가 주도하는 극우단체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도 “파시스트 단체인 ‘애국적 대안’ 회원 데이비드 마일스가 소셜미디어에서 사우스포트에서 찍은 사진을 공유해 폭동 소식을 퍼뜨렸다”고 전했다. ‘영국방어연맹’이란 극우단체 지지자들도 이번 시위 폭동에 연루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극우단체를 중심으로 시위가 폭동으로 변질되자 경찰은 강경 진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현재 400명 이상이 체포됐으며 약 100명은 이미 기소된 상태다. 수사 당국은 일부 폭동 가담자에 대해선 테러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특히 최근 짧은 동영상 위주의 콘텐츠가 주로 게재되는 틱톡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위를 주도한 극우세력들이 각 도시에서 벌어진 폭동을 주로 틱톡을 통해 생중계한 게 이번 사태를 악화시키는 기폭제가 됐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소셜미디어 X의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이번 시위를 격화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6일 자신의 X에 무장 무슬림 단체의 시위 영상을 올리고 “왜 영국에선 모든 공동체가 보호받질 못하나”라고 적었다. 정부가 무슬림 단체보다 극우단체들을 더 엄격히 진압했다는 것. 앞서 4일에도 머스크 CEO는 영국 시위를 두고 “내전이 불가피하다”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CNN방송은 “머스크도 이번 시위 사태 문제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29일 영국 서부 사우스포트에서 여자아이 3명이 칼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뒤 무슬림 이민자가 범인이란 가짜 뉴스가 소셜미디어에 퍼지며 30일부터 시작됐다. 용의자는 부모가 르완다 출신인 영국 웨일스 태생 17세 남성으로, 이슬람과 관련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시위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영국#이민센터#공격 첩보#무슬림#칼부림 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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