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연구팀, 대서양 바닷속 시추
맨틀 상부 구성하는 암석 채취
고온 열수에 녹아 생긴 암석 구조
생명체 탄생 보금자리 됐을 수도
과학자들이 해저면 지하 1.2km 지점에서 채취한 암석에서 지구 생명체 탄생의 비밀을 엿보았다.
지구 맨틀과 근접한 땅속 깊은 곳에 있는 암석에는 뜨거운 물에 의해 녹아내린 흔적이 구불구불한 모양으로 남아 있었다. 이렇게 변형된 암석은 심해 열수의 흐름에 영향을 미쳐 미생물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으로 추정됐다. 시추 기술이 발달하면서 지구 중심부 가까이에서 태어난 생물의 비밀이 한 꺼풀씩 벗겨지고 있다.
요한 리센버그 영국 카디프대 지구환경과학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대서양 해저 일대에 뻗어있는 대서양 중앙해령의 해저면 지하 1268m에서 시추한 암석을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8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긴 산맥인 대서양 중앙해령은 북대서양에선 유라시아판과 북미판 사이에 위치한다. 남대서양에선 아프리카판과 남미판 사이에 걸쳐 있다. 대부분의 능선이 해저에 위치해 있다. 지구 맨틀 위에 곧바로 기반암이 얹혀 있다는 특성이 있다. 판과 판이 충돌하는 경계면에 위치했기 때문에 충돌로 인한 지각 작용에 따라 맨틀과 암석이 융기한 것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지구 중심부에 가까운 암석과 맨틀의 특성을 살피기 용이한 지역으로 여겨진다.
연구팀은 해저 시추를 통해 지구 내부 구조를 조사하는 국제협력 프로젝트인 국제해양발견프로그램(IODP)의 일환으로 대서양 중앙해령 해저면 시추 작업에 착수했다. 해저면을 파고드는 시추 작업은 깊은 바닷속에서 드릴이 채취한 샘플을 회수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번 연구 이전까지 최고 기록은 해저면 지하 200.8m 지점에서 암석 샘플을 회수한 것이다. 이번 연구에선 1268m 지점의 암석 샘플을 얻는 데 성공했다.
대서양 중앙해령 밑바닥에서 얻은 암석은 맨틀 페리도타이트다. 지각과 지구의 핵 사이 2900km 구간인 맨틀의 상부를 구성하는 주요 암석이다. 대륙의 지각활동이 일어나는 곳보다 깊은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지각이 형성되기 이전 지구에서 발생한 지질학적 현상을 관측하기 용이하다. 연구팀은 “지구 맨틀 상부를 이해하는 것은 지상의 마그마, 지각, 대기, 생물권 등 지구가 형성된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시추한 맨틀 페리도타이트는 뱀처럼 구불구불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다른 지역 심해 밑바닥에서 얻은 페리도타이트에 비해 철, 마그네슘, 칼슘 등으로 이뤄진 휘석의 함량이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암석에 남은 흔적을 바탕으로 맨틀 페리도타이트가 매우 뜨거운 열수에 노출되면서 녹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녹아내린 자국은 광석의 겉면에 비스듬하게 남아 있었다”며 “이러한 흔적은 암석과 열수가 상호 작용해 독특한 모양을 빚어낸 것”이라고 밝혔다.
뱀처럼 구불구불한 모양의 맨틀 페리도타이트는 생명체 탄생의 보금자리가 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휘석이 녹는 동안 수소(H2)가 생산되고 또 암석의 구조가 열수의 흐름과 양을 조절하면서 미생물 활동을 촉진하는 조건이 갖춰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지점에서 발생한 활생균이 지구의 다양한 생명체로 이어졌을 수 있다”며 지구 생명체 탄생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해양 암석에 남아있는 열수 작용의 흔적은 향후 지구 생명체가 생존할 수 있는 한계의 범위를 살피는 연구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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